‘실버 배달원’이 안암에 등장했다. 노인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버 배달 매칭 서비스 ‘할배달’이 2월 4일부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음식점으로부터 750m 이내의 장소에 도보로 상품을 배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8일까지 11명의 실버 배달원이 안암동·제기동에서 총 1000여 건의 배달을 완료했다.
‘할배달’은 본교 크림슨창업지원단(단장=허준 교수) 스타트업 리더 2기로 선정된 스타트업 ‘실버라이닝’이 런칭한 사업이다. 대표 정현강(문과대 사학14) 씨는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고령층이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팀을 꾸렸다”고 전했다. ‘실버라이닝’은 우리나라의 배달대행사업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과 노인빈곤율이 OECD 1위라는 사실에 착안해 ‘할배달’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일자리를 찾는 노인과 일손이 부족한 배달대행사업이 서로의 필요를 충족해줄 수 있도록 매칭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로 ‘2020 전국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0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할배달’이 실버 세대를 겨냥한 사업인만큼, ‘실버라이닝’은 노인 배달원이 모바일 앱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버 배달원들은 △도보 배달 이해 △서비스 마인드 △모바일 앱 사용법에 대한 오프라인 교육을 받는다. 또한 실전 업무에 투입되기 전, ‘도우미 앱’을 활용해 다섯 건의 가상 배달임무를 수행하는 연습과정을 거친다. 안암동 실버 배달원 70세 여성 A씨는 “지도 앱이 보기 쉬워 배달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버 배달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배달원들은 보건복지부 시니어 인턴십 사업의 일환으로 고용돼 건강, 고용, 산재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배달원 트래킹 시스템’도 도입했다.
‘할배달’은 여러 배송지를 경유하는 오토바이 배달 대행과 달리, 한 건당 한 명의 전담 배달원을 배정한다. 따라서 1회 배달의 평균 인건비는 2500원, 소요 시간은 19분으로 기존 오토바이 배달 대행의 평균 인건비가 4000원, 소요 시간이 50분인 데 비해 경제적이다. 도보로 배달하기에 한 달 간 탄소 배출량을 150%가량 절감하는 등의 환경보호 성과도 있었다. 이에 가맹점인 오샬(OTSAL) 사장 이영섭(남·45) 씨는 “다른 대행사에 비해 배달료가 저렴하고 주문 배차와 배달 시간이 빠르다”며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겼다.
실버 배달원들은 하루 평균 3시간씩 자유롭게 근무하며, 약 40만 원의 월 소득을 가져간다. 노인들은 소일거리를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할배달’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기동에서 배달원으로 활동하는 64세 남성 B씨는 “60대가 된 이후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집에만 있었다”며 “무료한 시간에 돈도 벌고 운동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안암동에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67세 여성 C씨도 “이 나이에도 나를 위해 투자하고 일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전했다.
‘할배달’은 4월부터 보문동과 회기동 일대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 꾸준히 영역을 넓혀 내년 3월 정식 서비스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 넷째 주부터는 보문파크뷰자이 아파트를 기점으로 쿠팡과 우체국에서 물류를 공급받아 배송하는 ‘마을 택배’를 개시하고, 청량리 시장의 물품을 집까지 배송하는 ‘전통시장 딜리버리’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정현강 씨는 “‘할배달’을 노인 소일거리 플랫폼을 넘어선 노인 종합일자리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글│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제공│정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