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대표주자 왓챠

끊임없는 도전으로 일궈내다

비범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다

원지현 씨는 '평범한 삶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드라마가 된다'고 말했다.

  터치 한 번에 시작되는 내 손안의 작은 영화관. ‘방구석 1을 현실로 만드는 OTT(Over The Top)는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의 영상 콘텐츠 선택 폭을 넓혔다. ‘왓챠는 현재 약 8만 편의 콘텐츠를 보유한 국내 토종 OTT 플랫폼으로, 올해 1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돌파했다.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전달해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영화 추천 플랫폼으로 시작해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로서도 뚜렷한 입지를 다진 왓챠의 공동 창업가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원지현(경영학과 07학번) 씨를 만났다.

 

  뭐든 일단 해봐야 아는 법

  “세상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반항심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거의 모든 일의 '진짜' 모습은 직접 해보기 전엔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막연한 로망이었다. 군복무 시절 20대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마음속에 하나씩 새겨나갔다. 예능 제작부터 세계 일주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IT계열 스타트업 창업도 그중 하나였다.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는 창업이지만, 일단 해보자는 자세로 뛰어들었다. “멋있어 보이는 일들도 막상 해보면 재미도 없고 성과도 안나오고 괴로울 수 있잖아요. 그게 무엇이든 직접 시도해봐야 알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실패하더라도, 학교 수업을 듣는 것보다 실제로 실무를 경험해보며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군 제대 후, 원지현 씨는 2010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앱 개발 회사 원피스’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원피스에서 런칭한 연인 간 실시간 위치 추적 메신저 앱은 출시되자마자 애플 스토어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마치 감춰져 있던 비밀을 알아낸 것만 같았습니다. 세상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성취는 오랜 경력과 전문성, 충분한 자본을 갖춘 사람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해왔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하는 것'이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첫 창업 후, 그는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추고 도전한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어요. 성공한 사람들도 미화된 것들을 걷어내 보면 시작할 당시에는 그다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었더라고요. 누구든 생각만 하지 않고 시행한다면 얼마든지 영향력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더 제대로 해보겠다는 야망을 품은 원지현 씨는 2012년 박태훈 CEO, 이태현 CTO 등과 함께 왓챠를 탄생시켰다.

 

  짧고 굵었던 대학 생활

  원지현 씨는 2007년 본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1년 반 동안 대학 생활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재밌어 보이는 건 다 해봤다. 여느 새내기처럼 동기들과 함께 밤새 술을 마셨던 기억은 소중한 추억이다. 중앙흑인음악동아리 ‘TERRA’에 들어가 끼를 뽐내고, 경영대학 학생회 부원으로 행사도 기획하며 알찬 대학 생활을 보냈다.

  그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강의는 당시 행정학과 교수였던 염재호 전 총장의 미래사회와 조직'이라는 미래학 수업이다. “사업가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열심히 관찰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트렌드가 바뀌며 나타나는 연쇄적인 변화를 귀납적으로 예측하는 능력을 간접적으로 배웠던 것 같아요.”

 

  몰입만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끈다

  IT계열 스타트업은 초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1~2년 안에 끝을 보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왓챠는 달랐다. 영화 추천 앱 왓챠(현 왓챠피디아)’ 출시 이후 왓챠플레이(현 왓챠)’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5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원지현 씨는 자신과 동료들을 될 때까지 버틴경우라고 설명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렇겠지만, 초반 5년 정도는 일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에 집에 가는 등 개인 시간이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당시엔 일 중독을 넘어서서 내가 왓챠고, 왓챠가 나인 업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죠. 그 상태가 되면 뭘 봐도 사업과 연관지어 보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때 나오는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사용자를 감동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지현 씨가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종의 사용자 빙의. 제품을 평가할 때는 무관심한 이용자 그 자체가 돼야 한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한없이 집중해서 보게 되는 소중한 제품이지만, 대중에게는 그저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처럼 제품을 바라봐야 고객들이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기에

  영화 추천 및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는 왓챠는 개인화 서비스에 주력한다. 원지현 씨가 자랑하는 왓챠의 강점은 데이터 기반의 추천 기술이다. 수많은 OTT 서비스 중에서도 왓챠는 이용자들의 콘텐츠 시청 양상이 가장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다수가 선호하는 콘텐츠들을 최전선에 내세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메인 배너에 소개된 작품들만 주로 보게 된다. 반면 왓챠는 이용자들이 스스로 매겨 온 별점 기록과 시청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작품의 종류와 순서를 개인 맞춤형으로 배치한다.

  그는 수년간 왓챠피디아를 통해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가 범람하는 OTT 시장 속 왓챠만의 돌파구가 됐다고 밝혔다. “대다수 스트리밍 플랫폼은 모두에게 똑같은 편성을 하기 때문에, 소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편성하는 걸 부담스럽게 여겨요. 하지만 우리는 대중적이지 않은 콘텐츠라도 결국 누군가의 인생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취향이 다르니까요. 이용자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전달해줄 수 있다는 것이 왓챠만의 차별점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원지현 씨는 지금이야말로 도전에 최적화된 시기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만 봐도, 전문적인 장비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작품보다 훈련받지 않은 개인이 제작한 작품이 더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누구든지 관심 분야에 도전할 기회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죠. 개인이 자신만의 브랜드로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기 쉬운 환경이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론칭 당시 20~30명 규모의 청년들로 이루어졌던 스타트업의 OTT 서비스 도전은 큰 도박이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우는 OTT 사업은 소위 말해 애들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러나 수년간의 고전 끝에 왓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OTT 플랫폼으로 성장해갔다. “돈도 없고,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경험도 없고, 심지어 직장 생활도 제대로 안 해본 사람들이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다 비웃었어요. 지금은 쟤네가 저렇게 됐네라며 신기해합니다.” 원지현 씨는 시도하기에 앞서 망설이지 않는 사람, 그리고 어떻게든 버텨내는 사람에게 성공은 찾아온다고 말했다. “비상한 능력을 지녔거나, 초기부터 운 좋게 잘 풀린 경우들이 있긴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경험상으로는 특출난 사람만이 무언가를 이뤄내는 건 아니었어요. ‘나는 뭣도 없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나이에 대한 압박을 떨쳐 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래보다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순간,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남들과 다른 삶이 꼭 더 나은 삶은 아니죠. 그럼에도 본인이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나이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별점 5개를 매긴 인생 영화<보이후드>.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다는 데서 큰 감동을 받았다. “평범한 가족의 특별할 것 없는 삶인데도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잖아요. 단순해 보이는 우리의 인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드라마가 된다고 느껴요. 망설이지 않고 도전한다면, 모두가 각자만의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 | 이주은 기자 twoweeks@

사진 | 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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