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그런데 나는 왜 이 책을 읽고 있지?, ‘인간의 뇌는 신비 중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그 신비를 밝히려고 애쓰지만 문제는 이 일을 시도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바로 뇌라는 점이죠.’ - 음, 강의할 때 내가 즐겨 쓰는 말과 비슷하군.

#우선 이 책에는 작가의 해박한 신경과학 지식이 드러난다. 1954년 제임스 올드(James Olds)와 피터 밀너(Peter Milner)가 쥐를 대상으로 한 자기자극(self stimulation) 실험이 소설 속에 인용되기도 하고, 체르니엔코가 핀처를 뇌수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억이 회상되는 장면은 1940년대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가 간질 환자 수술 중에 목격한 사실과 유사하다. 특히, 신경과학 교과서를 펼치면 나오는 분자에서 의식까지 다양한 목차의 주제들을 흥미진진한 소설의 전개에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작가의 치밀한 구성 능력이 돋보인다.

또한, 작가는 『뇌』에서 뇌과학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신경계의 손상에 의한 감각과 운동 능력의 소실을 전자공학 보조기술로 회복시키는 것은 우리가 희망하고 있는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며, 실제로 뇌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여 맹인이 차를 모는 일은 일어나고 있다. 소설 속의 딥블루처럼 컴퓨터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공의식을 소유할 날도 요원하지만 언젠가는 실현되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소설이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진 허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책은 몇 가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중변연 도파민계(mesolimbic dopaminergic system)에 대한 전기 자극은 쾌감을 동반하는 강력한 보상효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변연 도파민계는 여러 부위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서 ‘최후의 비밀’(원제)로 그려지고 있는 medial forebrain bundle도 이 중 하나이며 도파민성 뉴런을 간접적으로 자극한다. 그러나 보상효과를 나타내는 장소는 이 곳만이 아니라 중변연 도파민계에 관여하는 여러 부위들에서도 실제로 일어난다. (2)만약 나타샤처럼 ‘최후의 비밀’이 완전 제거된다면 마약 뿐 아니라 식욕을 포함한 모든 동기가 사라질 것이므로 인간적인 행위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또, (3)인간 배아의 뉴런을 생쥐에 이식한다고 인간적 사고의 잠재력을 지닌 ‘인간화 된 뇌’가 될 수는 없다는 점. (4)인간의 뇌는 거의 100%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표현과 (5)‘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를 포유류 뇌라 한 점등이 잘못됐다.

#이상의 지엽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신경 과학 현상의 다양한 사실들을 큰 왜곡 없이 신화적인 상상력에 아름답게 접속시킨 작가의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다음의 구절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필자가 이 책을 읽은 충분한 동기를 찾았다 할 수 있다.

‘나는 탐험가 오뒤세우스요. 다만 나는 지중해 해안을 찾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정신의 근원을 찾아 뇌의 비밀을 탐색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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