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바느질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15일 자 고대신문을 펼치면 답을 알 수 있다. 이번 호는 경계와 주변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총학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학우들, 요원한 학내 다양성, 배달과 영화로 경제적·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노인, 양극화 시대에 다단계 판매로 방황하는 청춘이 보이지 않는 실로 엮여 있다.

  실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기사들이 주변인 특집으로 묶인 것은 아니어서다. 분절된 본문을 넘기다 보면, 경계도 주변인도 어딘가 하나쯤은 연결된 세상 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신문 1면은 총학생회 없는 서울로 시작했다. 기사는 저조한 투표율, 비대위가 총학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총학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세태와 코로나19 영향 등 배경을 뒷받침하는 박스기사를 관련 기사 3에 실었다면 기사 완성도가 좀 더 올랐을 것이라고 본다.

  2면에서 아쉬운 점은 그래픽이다. 톱 기사로 다양성 보고서와 학생 의견을 소개했는데, 그래프가 있었다면 주목도가 높아졌겠다. 본문에 나온 통계는 그래프로, 학생 의견 중 새겨들을 만 한 문장 한 줄은 큰 따옴표를 붙여 활용하는 방식을 시도해 볼 만하다.

  3면 톱 제목은 실버 세대와 함께 하는 우리 동네 할배달이다. 그 옆에 2~3등신 캐릭터로 배달하는 어르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써볼 만 했다. 기사 속 사진으로는 배달을 느낄 수 없다.

  문화면은 아시아·여성·노인·미술·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영화 미나리페어웰을 다룬 경계 위에 선 가족의 이야기, 국경을 뛰어넘은 공감은 기자 개인의 이해와 전문가 분석을 덧대 출발 비디오 여행영화 대 영화보다 풍성한 재미를 준다.

  다단계 업체 잠입 취재를 담은 6면은 먼저 뺏은 놈이 이기는 사업에서 물질적 대안을 찾으려는 청춘의 방황을 조명했다. 다음 면에서 다단계 시장의 현주소를 짚고 대안도 제시한 인터뷰가 보도의 품질을 높였다.

  바느질이 끝나면 실을 묶어야 한다. 마지막 면 왓챠 공동 창업자 원지현 씨 인터뷰는 고대신문이 담담히 눌러쓴 주변인의 삶을 응원한다. 나이를 핑계로 할 수 없다는 생각 말고, 도전하고 버티라는 조언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다. 모두가 각자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원 씨의 말처럼, 고대신문도 미나리보다 빛나는 작품성을 키워가기를 바란다.

이범종(뉴스토마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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