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안>

별점: ★★★★★

한 줄 평: 세 끗 차이의 명품, 픽션보다 드라마틱한 실화


  한 끗: 게르만족과 로마의 이면

  기존 전쟁 영화에서 게르만족은 약탈을 일삼은 해적 바이킹으로 잘 알려진 만큼 주로 가해적인 위치에서 조명돼 왔다. 반면 로마는 고대 최대 강국이자 문화의 용광로 사회의 기틀을 세운 자주적 민족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바바리안>에서는 반대로 로마의 가해적인 면과 게르만족의 자주적 면을 들춘다. 이러한 의식은 로마에서 주변 이민족들을 칭할 때 사용한 바바리안(‘야만인을 의미)을 작품의 이름으로 삼은 데서 찾아볼 수 있으며, 로마 사상 최악의 패전이자 서구 세계의 독자적인 문화가 유지되도록 한 토이토부르크 전투를 처음으로 다룬 데서도 엿보인다.

 

  두 끗: 늑대와 독수리, 종교와 법

  <바바리안>은 민족 간 상징과 문화의 대조를 이면을 통해 더욱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 아리는 체루스키족(게르만족)의 족장인 세기 메이르의 아들이지만 어린 시절 볼모로 끌려가 로마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세기 메이르가 말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신마저도 최후를 맞이하지. 늑대가 올 테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시작이 있는 건 끝도 있기 마련이니까.” 또 게르마니아의 로마인 총독 바루스는 늑대는 세상을 파괴할 수 없다. 오직 로마군만이 할 수 있지라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늑대를 통한 겸손함과 순환의 역사관, 불굴의 의지를 배울 수 있다.

  이에 반해 게르만족이 무릎을 꿇고 독수리에 입을 맞추는 장면은 로마의 상징인 독수리에서 오만함과 절대적 역사관, 제국주의적 면모를 느끼게 한다. 이는 아리와 바루스의 대화를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게르만족은 사형을 이해 못 합니다. 그들에 따르면 누구도 다른 인간에게 죽음을 선고할 수는 없죠.” “게르만족의 법은 없다, 로마법만이 존재하지. 확실하게 가르쳐줘야 해.”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새삼 서늘하게 느껴진다.

 

  세 끗: 투쟁과 투쟁

  <바바리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투쟁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아리 내면의 투쟁이다. 아리는 게르만족이면서도 그들에게 배척당한다. 게다가 유일하게 의지하고자 했던 바루스와 로마에게도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딛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성장해간다. 누구나 가진 타인에 대한 욕망과 한 번쯤은 겪어봤을 좌절의 경험,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고독하면서도 빛나는 투쟁은 가슴 저변을 울리는 감동을 선사한다.

  다양한 인간상 사이의 투쟁도 눈길을 끈다. 친 로마파와 적대, 그리고 투쟁 목적에 따라 개인적 욕심으로 행동하는 이와 부족을 위한 사명감으로 행동하는 이, 오롯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이로 나뉜다.

  투쟁법도 마찬가지다. 부족의 연합을 외치는 이와 각개 전투를 외치는 이, 협력하는 이와 배신하는 이가 얽히고설킨다. 이는 우리에게 문제의 옳고 그름과 가치관에 대해 찬찬히 고민하게 한다.

 

  이러한 세 끗 차이가 <바바리안>을 명품으로 만들었다. 게르만족과 로마의 이면과 역사의 한 장면을 들여다보며 교양과 삶의 지혜를 재밌게 쌓을 수 있다. 또한 아리의 성장과 다양한 인간상의 투쟁은 성찰의 기회를 부여한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더없이 소중할 한 시간 동안 재미와 배움을 모두 잡고 싶다면 <바바리안>은 후회 없을 선택이다.

황은진(공정대 정부행정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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