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넘나드는 열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다
장르 넘나드는 열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다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1.03.21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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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영화감독 겸 뮤지컬 연출가 인터뷰

음악과 극 사랑하며

쉬운 길 마다하고 도전하는 삶

다양한 여성 인물 그리고 싶어

장유정 감독은 "내 도전의 원동력은 호기심과 긍정성"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소망

잊으려 애쓸수록 반짝이는 기억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난 첫사랑을 못 잊어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난 첫사랑을 못 잊어요.)

- <김종욱 찾기> 뮤지컬 넘버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한 여자가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방문한다. 인도 여행에서 만났던 턱선의 외로운 각도,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첫사랑 김종욱을 찾기 위해서다. 장유정(언론대학원 영상전공) 감독 연출의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법한 첫사랑을 소재로 사랑에 대한 고민과 주인공이 사랑을 통해 성숙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김종욱 찾기>2006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 수 120만을 돌파했고, 대만, 일본, 중국 등에도 수출되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역시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 뮤지컬 감독이자 영화 감독이며, 2018년 평창올림픽 폐회식 연출을 맡기도 했다. “영화든 뮤지컬이든, 혹은 또 다른 이벤트든, 재밌는 스토리로 관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는 건 똑같아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장유정 감독을 만났다.

 

  꿈을 펼치기 위한 여정

  장유정 감독은 음악을 사랑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서 활동했고, 판소리도 배웠다. “음악을 전공으로 삼지 않은 이유는 음악이 싫어질까 걱정됐기 때문이에요. 첫사랑과 결혼하면 불행해질까 겁내는 것처럼, 그냥 음악은 평생 곁에 두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본격적으로 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였다. “성당 수련회에서 한 선배가 연극 품바의 장면을 연기했어요. 아동극 외에 처음으로 본 연극이었죠. 제 눈엔 그 오빠가 이병헌 같았어요.” 배역에 몰입해 연기를 펼치는 배우의 모습이 신비로웠고, 점차 연극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대학생 때 여행을 다니며 음악극을 관람했던 경험이 뮤지컬 작품 제작에 영감을 줬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극장 뮤지컬이 생소했던 1997, 장유정 감독은 영국 여행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페라의 유령> 등 웨스트엔드 뮤지컬을 보고 근사함에 사로잡혔다. 1998년 떠난 인도 여행길에서는 <쿠치쿠치호타해>처럼 극 중간에 노래가 삽입되는 발리우드 영화를 관람했다. 낮에는 여행을 다니고 저녁에는 극장에 가는게 일과일 정도로 인도 영화에 푹 빠졌다숙소도 영화관 바로 앞으로 잡았다. “인도영화를 보며 음악적 요소를 넣은 극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행에서 얻은 경험은 장유정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며 제작했던 뮤지컬 <! 당신이 잠든 사이><김종욱 찾기>의 밑거름이 됐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감독

  장유정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헤르미온느였다. 연출과 극작 수업뿐만 아니라 영상원, 음악원 수업도 듣고, 전통 예술원에서 가야금을 배우는 등 건물과 강의실을 이곳저곳 넘나들었다. 졸업 이후 곧바로 연출가 일을 시작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작품을 제작하고자 여러 대학원 수업을 청강했고, 결국은 본교 언론대학원을 찾았다. 본교 언론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교과과정이 빡세기때문이었다. “호평 말고 혹평이 많은 대학원이 어디인지 찾아봤어요. 과제도 많고 힘들다고 하는 곳이요!”

  배움을 위해서라면 헬강도 개의치 않고 수강했던 그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공연, 영화, 메가 이벤트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호기심과 열망이 장유정의 삶의 원동력이다. “당연히 두려웠어요. 10년 동안 공연을 제작하다 영화계로 갔을 때, 적응도 못 하고 다시 공연계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됐죠. 그래도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은 열망이 더 강해요. ‘도전하기 위해 인생을 산다는 정도로 거창하지는 않아요. 그저 멈춰있는 것을 싫어하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일단 해 보자는 생각일 뿐이에요.”

 

  - <김종욱 찾기>첫사랑하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첫사랑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맨 처음 사랑만이 첫사랑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기준(공유 분)의 매형(류승수 분)이 칠판에 써 놓은 문구이기도 해요. 극 중 기준은 첫사랑을 찾아 주는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지우(임수정분)가 자신보다 첫사랑을 더 사랑할 거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콤플렉스가 기준에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처음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었죠. 영화 <김종욱 찾기>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노래 제목도 두 번째 첫사랑이에요. 사실 두 번째 첫사랑은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첫사랑이 어떻게 두 번째예요.(웃음)

  20대 때에는 사랑이 뭔지 알고 싶었어요. 하루에 두 세줄 씩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적는 습관도 있었어요. 뮤지컬 넘버 ‘Destiny’사랑은 자라나는 것이 아니에요, 한순간 소름처럼 돋는 것이라는 가사나 점쟁이의 노래에 나오는 인연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기다려 글쎄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만나는 법등의 가사가 다 제 미니홈피에서 나왔죠. 생각해보면 사랑에 대한 제 작은 고민이 모여 <김종욱 찾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네요.”

 

  - <김종욱 찾기>, <부라더>, <정직한 후보> 모두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특별한 노력 안 해요. 리얼리티를 추구할 뿐이에요. 오히려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전형적인 여성이 현실에서 드물지 않나요? 여성들도 당연히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라미란 분)처럼 실수도 하고, 욕망도 있죠. 여성 캐릭터나 남성 캐릭터나 만들 때 들이는 노력은 똑같아요.

  <정직한 후보> 때 인물 조감독들이 캐스팅 목록을 준비해왔는데 의사나 한의사 같은 전문직 캐릭터를 다 남자로 설정했어요. 조감독들이 대단히 마초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2~30대인데도 그랬죠. 그래서 저랑 제일 친한 친구가 의사고 제 사촌 동생도 약사라고 말해줬어요. 현실에도 많은 여성이 전문직에 종사하는걸요. 굳이 배역을 남자들로만 채울 필요가 없죠. 안 그래도 정치판에 남성이 많아 <정직한 후보>에 남자 배역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라도 성비를 맞춰주자고 했어요. 맞추고 나면 별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자연스레 전문직에는 남성이 더 어울린다고 느낀다는 게 참 서글펐죠.”

 

  - 어떤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나

  “‘순결하지 않은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실천하는 영화가 나왔다<정직한 후보> 평론이 기억에 남아요. 저도 여성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점점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한 면모들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남자 캐릭터들은 다 그렇잖아요.

  제 딸이 5살 때 꿈이 공주라고 했어요. 왜 공주가 되고 싶을지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우먼 인 할리우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며 답을 얻었어요. 미디어 속에서 그나마 주체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공주인 거예요. 아이들이 예뻐 보이고 싶어서만이 아니라, 동일시하고 싶은 캐릭터가 공주라는 거죠. 자기주장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피력하고, 꿈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별로 없어요.

  <뽀롱뽀롱 뽀로로>에 여자 캐릭터가 두 명뿐이에요. 루피는 요리하고, 패티는 뽀로로 여자친구일 뿐 아무것도 안 해요. <개구쟁이 스머프>에도 여자 캐릭터 딱 하나 있는데, 걔도 아무것도 안 해요.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니까 여자애들이 보고 배울 게 없어요. 앞으로는 소녀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캐릭터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장유정 감독은 지금도 공연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뮤지컬계에서의 행보도 이어갈 예정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속편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가 연출가로서 언젠가 이루고픈 소망은 잘 만든 뮤지컬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요, 음악의 매력이 잘 녹아든 뮤지컬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요. 영화도 만들어 봤고 뮤지컬도 만들어 봤지만, 아직 뮤지컬영화는 안 만들었잖아요.”

이성현 기자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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