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쏟아부어도... 효과없는 출산 지원정책
예산 쏟아부어도... 효과없는 출산 지원정책
  • 송정현 기자
  • 승인 2021.03.21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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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210조 지원 출산율은 0명대

관청마다 지원 사이트는 중구난방

“출산 힘든 현실 파악 선행돼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면 저출산 사회, 1.3명 이하는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합계출산율 1.3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했고, 2020년 3분기에 0.84명으로 또 다시 최저치를 갱신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유일한 ‘합계출산율 0명대’ 국가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다양한 인구정책을 시행했지만, 출산율 감소세를 꺾진 못했다. 2011년부터 정부가 사용한 저출산 지원 예산은 총209조 5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 중인 당사자들은 “정부 정책은 본질적인 문제를 헤아리지 못한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종류는 많지만 금액은 부족해

  현행 출산 장려정책의 대부분은 출산 장려금이나 가족수당 등의 금전적 지원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자치구별로 상이한 출산 지원금을 첫째 출산 시 20만 원, 둘째 출산 시 40만 원 지원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출생 후 10만 원 상당의 출산·육아 관련 물품을 출산선물세트로 증정하고 있다. 성북구는 첫째 출산 시 10만 원, 둘째 30만 원, 셋째 50만원, 넷째 출산 이후부터는 100만 원을 출산축하금으로 지급한다. 또, 만 7세 미만 아동에 월 10만 원을 지원하는 아동 수당 외에도 어린이집 및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가정에 가정양육수당을 일부 지급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출산장려 지원금이 실제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이 한 명을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말 그대로 ‘위로금’에 그칠 뿐 유인책 수준이 되지 못한다고 밝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 1명의 월평균 양육비는 73만 3000원, 두 명의 경우 137만 6000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아이를 양육 중인 서유정(여·34)씨는 “양육은 단순히 출산 직후만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이기에 정부지원은 부족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시민들 입장에선 출산정책 정보를 찾고 신청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창구가 없다. 지원을 받으려면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가며 정책 종류와 신청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출산 장려정책에 대해 성북구청에 문의한 결과, 상담원 A씨는 “전체 정책을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없다”며 “주택지원 문의는 LH에, 나머지 정부 지원은 서울시에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올해 출산을 준비 중인 서민정(여·35) 씨는 “출산양육 지원 혜택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제각각이라 중구난방으로 느껴졌다”며 “관련 정보를 한 곳에 모아서 제공한다면 효과적으로 신청하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산과 양육 위한 환경 마련해야

  출산과 양육을 위한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출산지원정책이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원모(여·27) 씨는 “내 집 마련이 하늘에 별 따기인 시대에 출산은 차치하고 결혼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향후 출산에 있어서의 부정적인 응답은 더욱 두드러졌다. 원모 씨는 “내 집 마련도 안 된 상황에서 아이 키울 자신은 더 없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출산 장려를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간한 ‘청년 여성의 노동과 출산’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여성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결혼과 출산이 페널티로 작용하는 경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정 씨는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를 낳고 돌아오면 내 자리가 남아있을지가 먼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유정 씨 또한 “당장 지원금 몇 푼을 손에 쥐어주기보다 현실적인 휴직 제도를 마련하고 워킹맘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전했다.

 

송정현 기자 li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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