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담은 지원책으로 ‘코로나 블루’ 치유 꿈꾼다
현장 담은 지원책으로 ‘코로나 블루’ 치유 꿈꾼다
  • 진서연 기자
  • 승인 2021.03.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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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공공기관 예술인 지원 사업의 현황과 과제

코로나19 시대를 건너는 공연예술계

 

생계마저 곤란한 공연예술계

특수성 고려한 세심한 정책 필요

예술의 가치 제고하고 알려야

 

  “대중음악 공연계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생존권을 막고 있는 공연 간 차별을 없애 주십시오.” 지난 24일, ‘대중음악 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공연장의 집객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70% 이상 객석을 채워야 생업 유지가 가능한 100석 안팎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한 자리 이상 띄어 앉으라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공연을 열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없어 오히려 적자를 만드는 상황이다. 또한 다른 장르에 비해 대중음악 공연전파 위험성이 과장돼, 집객 기준에 차별이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에서 대중가수 콘서트는 ‘모임·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이 모일 수 없는 반면, 뮤지컬 등 다른 장르 공연은 동반자 외 좌석 간 띄어 앉기를 하면 공연이 가능하다. 비대위는 “코로나19 타격을 입고 지난 1년을 빈사 상태로 보내왔지만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배려는 늘 뒷전이었다”며 “최소한 타 장르 공연과 같은 기준으로 집객을 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공연예술계의 타 장르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현장감이 중요한 대부분의 공연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오프라인 참석을 전제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줄고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이 중단되거나 띄어 앉기가 의무화되면서, 매출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폐쇄되는 공연장이 늘어갔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20년 공연예술분야 기관 299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연예술단체 및 기관, 사업체들의 39.3%가 잠정적인 휴·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팬데믹 1년, 발전했지만 부족한 지원책

  “공연 취소는 곧 실업과 마찬가지입니다.” 안명희 문화예술 노동연대 대표가 말했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8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일방적 계약 해지’를 당한 예술인은 46.2%, 계약기간이 축소된 예술인은 33.1%로 집계됐다. 계약은 유지했더라도, 75.4%의 예술인이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젝트가 중지되는 피해를 경험했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공연예술인 고용피해액이 1459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안명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무대 위의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기획자 등 공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본업은 물론 강연이나 강좌 같은 부수적인 활동도 할 수 없어 수입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에 빠진 공연예술계를 돕고 창작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예술지원정책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문체부는 작년 2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계에 긴급생활자금과 방역용품을 지원하는‘공연업계 긴급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긴급생활자금 융자 지원, 공연단체 피해보전 지원 등 금전적 지원정책이 시행됐다. 정부는 또한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 예술인 심리상담 등 생계난 속 예술인이 창작을 지속하도록 돕는 정책을 다방면으로 펼쳐오고 있다.

  예술계는 그동안 지원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던 프리랜서 예술인들 또한 예술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러한 예술인들의 노력의 결실로 프리랜서 예술인을 위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작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됐다. 프리랜서 활동가들은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통해 생활과 고용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각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금을 통해 얻은 월평균 소득이 50만 원 이상이면 고용보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최저 가입기준 월소득을 충족하지 못하는 예술인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거래를 현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별도의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안명희 대표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되면서 최소한의 생계 대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과 더불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혜원 연구실장은 “코로나 등의 재난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문화예술행사가 취소됐을 때, 기획 및 섭외 등에 투입한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정책보험이 필요하다”며 “일부 손해보험회사가 행사 종합보험, 공연 종합보험 등 유사 상품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이 아닌 재물 손해에 대한 보상을 중점으로 운영되고, 그마저도 보험료가 높아 가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양 실장은 “문화예술인 공제회 등에서 보험사와의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 재난보험을 설계하고, 보험료나 보험사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국공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인 목소리 반영 없는 일방적 정책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술계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지원 정책들이 공연예술계의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안명희 대표는 “정부가 예술계의 현장을 제대로 몰라서 예술인들이 활동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려면 대부분 ‘코로나19로 소득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직종은 대부분 안정적인 고용의 형태를 띠기보다 단기성 프로젝트 단위의 작업 참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소득의 발생 시점이 불규칙하다. 소득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백선혜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돼온 예술계의 불공정 관행이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계약을 하는 공연예술계의 관행 탓에 일을 했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공연예술계 실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정책도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다중이용시설과는 다른 공연예술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극장이나 공연장 등의 예술기관 내에서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관람하기 때문에 음식점보다도 비말감염의 위험이 덜하다. 한국뮤지컬협회에 따르면 공연장 내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0건이다. 조덕희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국장은 “공공예술기관의 특수성과 안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이유로 무조건 폐쇄해버리는 건 대한민국 재난 대응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개방성의 원칙’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양혜원 연구실장도 “여타 다중이용시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문화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운영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술인들의 피해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세우려면 공연예술계 현장과 정부 간의 쌍방향적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가 문화예술분야에 미친 영향 및 정책대응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공공기관과 민간예술단체 간 직접적이고 신속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긴급상황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문화예술 비상대책위원회’도 활성화시켜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명희 대표는 “예술인들이 단순 피해 구제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당국이 인식해야 한다”며 “의견 수렴 과정부터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집객 기준의 차별을 철폐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집객 기준의 차별을 철폐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모 중심 지원 방식 탈피해야

  공모 위주의 지원 사업 방식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리서치에서 광역 및 지역 문화재단 45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확대 또는 도입이 필요한 제도’ 중 ‘공모사업지원 체계 등 예산 구조제도 변경’이 3위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전부터 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책은 작품 결과물을 평가하고 순위를 따져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공모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팬데믹 전에는 무대에 오르는 데 큰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결과물을 완성하기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이 덜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후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됨에 따라 소득이 줄면서, 예술인들은 창작활동에 힘을 쏟기보다 생계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급급한 상황에 처했다. 창작물 단 하나를 완성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백선혜 선임연구위원은 “공연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들이 수없이 많은데, 지금 상황에서는 완성까지의 여정이 전례 없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획 단계나 과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 필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파급효과가 강조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백선혜 선임연구위원은 “예술인들이 현재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어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사회적 회복력과 소통 등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치 그 자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백 선임연구위원은 예술문화가‘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최고의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증을 뜻하는 ‘blue’를 결합한 용어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 사회적 활동의 제약으로 인한 무기력함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치유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지치고 답답한 일상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다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러한 예술의 가치를 인식하고 예술인의 지위를 제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명희 대표는 “정부와 예술인은 서로를 정책적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덕희 사무국장은 “문화예술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연예술을 유흥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결국 정책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라며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주세종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세종, 1446' 비대면 공연은 지친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제공했다.
여주세종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세종, 1446' 비대면 공연은 지친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제공했다.

 

글 │ 진서연 기자 standup@

사진제공 │ 여주세종문화재단, 대중음악 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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