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 골목 밝히는 우리 마을, 호박골
재생에너지로 골목 밝히는 우리 마을, 호박골
  • 송다영·이승빈 기자
  • 승인 2021.03.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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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 스케치
호박골 놀이터에서는 태양광 지붕으로 놀이터 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호박골 놀이터에서는 태양광 지붕으로 놀이터 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서대문구 홍은대교 교차로에서 홍제천을 따라 북동쪽으로 걷다 보면 호박등이 켜진 마을 하나가 보인다. 낮에 모은 햇빛으로 늦은 밤 골목길을 밝히는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집집마다 미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아파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왼편에는 호박골의 또 다른 명물 빗물저금통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을 시작한 호박골에서는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태양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태양광 패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아파트 앞에 잠시 둘러보며 걷다보니 홍은청소년공부방이 눈앞에 보였다. 따뜻한 공기가 맴도는 공부방의 1층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자 마을 주민들의 에너지 교육, 소통의 장소로 이용된다.

  건물 옥상에는 커다란 태양광 패널이 자리 잡았다. 옥상 공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크기다. 홍은청소년공부방은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한다. 건물 외부에는 단열재를 사용해 난방 에너지를 절약한다.

  공부방을 나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호박골 어린이 놀이터에 이른다. 놀이터에도 여기저기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 쉼터 공간 위에는 역삼각형 모양의 거대한 태양광 지붕이 있다. 이진원 호박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는 “이렇게 생산한 에너지로 놀이터 내 방범등을 밝힌다”고 말했다. 지붕 아랜 놀이터의 태양광 발전현황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다. 25일 방문했을 당시 그날 하루 놀이터 태양광 지붕을 통해 22kWh의 전력을 얻었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놀이터 뒷편에 위치한 사랑방은 호박골 마을의 활동가들, 다른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들과 함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업을 고민하고 에너지 절약 실천 방안을 논의하는 장소로 이용된다. 호박골에서 10년간 마을 활동가로 일했던 서길웅(남·83) 씨는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몰랐던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나아가 이웃들에게 나누는 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도 어김없이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주택 역시 에너지 자립에 기여한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태양광 에너지는 에너지자립 실현과 함께 경제적 이익도 가져다줬다. 그는 “이전에는 월 7~8만 원 정도를 전기세로 지불했는데, 설치 후 3만 5000원 정도로 절감됐다”고 말했다.

저녁 6시, 호박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저녁 6시, 호박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빗물 이용하고 마을 공유공간 조성

  그의 집에서는 패널뿐만 아니라 빗물 저금통 또한 볼 수 있었다. 빗물 저금통이란 빗물을 저장 탱크에 모아 이를 재사용하도록 만든 시설이다. 저금통엔 파이프가 연결돼있어 텃밭 식물에 물을 주는 데 사용 가능하다. 옥상 텃밭에는 상추, 고추 등 녹색 채소가 자라나고 있었다.

  빗물 저금통은 일반 주택뿐만 아니라 마을 공유공간에서도 사용된다. 도심농원에서는 빗물 저금통과 스프링클러를 연결해 물을 주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빗물은 마을 미관을 조성하는 데에도 쓰인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공유공간 ‘홍은한마당’에서 빗물저금통을 이용한 분수대가 보였다.

  홍은한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공공전화부스를 재활용해 만든 태양광 핸드폰 무료 충전소였다. 부스에 들어가 핸드폰을 연결해보니 곧바로 ‘충전 중’ 표시가 떴다.

  골목을 거닐다 마주친 주민은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에 관해 설명 중이라는 대표의 말에 “재개발한다는데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요?”라고 되물었다. 사업을 7년째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모든 주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었다. 이진원 대표는 “자원봉사자의 확대나 청년 기숙사 마련을 통해 자립마을 사업에 참여할 사람들의 유입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마을에 남겨진 과제를 설명했다.

홍은한마당에는 태양광 핸드폰 무료충전소가 있다.
홍은한마당에는 태양광 핸드폰 무료충전소가 있다.
무료 핸드폰 충전소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다.
무료 핸드폰 충전소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핸드폰을 충전하고 있다.

 

글|송다영·이승빈 기자 press@

사진|김소현·송다영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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