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찬(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는 데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의찬(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는 데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후위기, 실감하기 어려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핵심

정권 교체돼도 정책은 지속해야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UN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5개국이 2015년 프랑스 파리에 모여 새로운 기후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협정을 맺었다. 이‘파리협정’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의 하나로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120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작년 12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며 세계적 움직임에 동참했다. 정부가 밝힌 한국의 탄소중립 실현 기한은 2050년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도 마련부터 교육 개선까지,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탄소중립을 위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전의찬(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 기후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50년 전에는 10년에 약 0.23℃씩 오르던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0.5℃가 올랐다. 2000년 이후의 상승 폭이 그 이전 50년의 2배 이상이다. 분명 지구온난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환경부는 2014년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2040년에 폭염으로 인한 서울지역의 사망자가 10만 명당 1.5명으로 지금보다 2배 이상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해에만 150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미래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상태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온실가스 농도가지금의 2배를 넘어서고, 지구 평균기온은 2000년대 초에 비해 3.7℃ 상승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몸소 실감하기란 매우 어렵다. 매년 ‘역대 최악의 폭염’, ‘역대 최장 장마’라는 뉴스가 쏟아져 나와도, 우리 실생활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인다.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는 간접적이고 장기적이다. 인과관계와 책임소재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피해를 인식하고 대응하기 어렵다. 위기가 코앞에 닥쳐서 그 피해가 큰 상황임에도 이를 인식하기 어려워 더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제조업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주원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7%다. 미국이 10.9%, 일본이 20.7%인 데 비하면 그 비중이 매우 크다. 제조업은 전형적으로 많은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때문에 산업 구조상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매우 까다롭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7%가 에너지 연소에서 온다.”

 

-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2050년까지 30년에 걸친 탄소중립 실현과정 중에 2025년까지의 단기목표로 내세운 것이 ‘그린뉴딜’이다. 그린뉴딜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그린리모델링을 골자로 한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 비중을 점차 줄이고,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린리모델링에서는 기존의 건축물들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로에너지주택’의 방식으로 개선한다. 주택 내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나가면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시킬 수 있다.

  그린뉴딜을 거쳐 신재생에너지를 주공급원으로 사용하고 저탄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정부의 최종 목표다. 저탄소기술 지원을 늘리고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산업의 설비를 점차 바꿔나갈 것이다.”

 

-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떨어지고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태양광의 경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은 해가 뜨고 지기까지 한정돼있고, 그 특성상 에너지밀도가 굉장히 낮다. 270마력의 자동차를 태양광을 통해 운행하려면 사방 폭이 80m가 넘는 태양광 패널을 차량 지붕에 달고 낮 12시 적도에서 구름이 하나도 없을 때여야 한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였던 단가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태양광발전 생산 단가는 기존의 5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전력 사용을 줄여나가는 노력까지 더한다면 탄소 순 배출량을 ‘0’에 수렴하게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2050년에는 탄소 순 배출량이‘0’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에너지소비 변화에 대한 개인의 인식은 어떤가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미래모빌리티 전환’을 들고 나왔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사용을 높이겠다는 건데, 정부에서 이런 정책을 들고 나와도 국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전기차를 사면보조금을 주거나 ‘에코마일리지’ 등을 주는데, 실은 이런 유인이 없어도 개인이 먼저 나서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독일의 환경수도라고 불리는 프라이부르크는 태양광에너지 사용 비중이 굉장히 높다. 태양광 에너지 사용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나 정책은 거의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를 독점한다. 국가만이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반면, 독일에서는 여러 회사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그린피스 햇빛발전소는 1㎾h당 200원이고,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는 1㎾h당 100원이라고 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후자를 이용하겠지만, 독일 국민들은 전자를 선택한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이게 더 의미 있는 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실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직접 행동에 옮기는 실천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대학에서 기후위기에 관한 과목 수강을 권장하고 기업들에서도 그런 과목 수강 이력에 가산점을 주거나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뽑으려 하면 환경교육이 좀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에너지 소비 변화에 스스로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기반이 부족하다.”

 

- 탄소중립 과정에서 국가 간 불평등 문제가 제기된다

  “역사적으로 선진국은 기후위기에 대한책임이 더 크다.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제적, 기술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물론 자본주의 국제사회에서 이런 방식의 대응을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비협조적이었던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로 교체된 뒤 기후위기 대응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고, 유럽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아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탄소중립 이행 위해 필요한 제도는

  “탄소중립은 장기정책 목표다. 그 추진 방향과 체계를 담보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위원회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 그 역할이 굉장히 축소됐다. 탄소중립처럼 중요한 장기정책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와 관계없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탄소중립 관련 정책이 추진되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탄소중립 이행평가를 공식적인 정부 부처 업무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각 부처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글|이승빈 기자 bean@

사진|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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