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학 생활을 잃어버린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학교에서도, 그리고 고대신문에서도 축제라는 키워드를 찾아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1921호의 보도면은 지난 1년간의 신문 중 가장 생명력이 느껴지는 기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고려대의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응원 오리엔테이션부터 공연예술계의 이야기까지, 잠시나마 새 학기의 시작을 느낄 수 있게 한 보도면이었다. 특히 생생한 묘사가 이어지는 파이빌 데이 스케치 기사는 잠시나마 지면에서 코로나의 적막함을 지워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번 보도면은 교내 코로나 방역 지침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시선을 제기하고 있었다. 최근 교내 커뮤니티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인 ‘10시 이후 캠퍼스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잃지 않았다. 특히 민주광장을 방문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실음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교내의 목소리를 담는 학보사의 소임이 드러났다. 큰 효력이 없는 캠퍼스 폴리스와 경비원의 제재는 후속 기사로도 다뤄봄 직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인구 데드크로스로 들여다본 청년의 삶기사는 사회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 시도가 좋은 기사였다. 청년들이 실제로 생각하는 바를 담기 위해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 다양한 근거를 활용한 만큼 꼭지별 주장이 탄탄하다는 것을 기사를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두 꼭지가 하나로 구성됐다면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제 환기를 위한 꼭지 나눔은 이해에 도움을 주지만, 과도하게 나누면 오히려 흐름에 방해가 된다.

  여론 면에서는 민주광장이 가장 눈에 띄었다. 47년 만에 발생한 장기 비대위 체제는 학생들에게 총학의 역할에 대해 상기하게 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단순히 기사로만 총학 재선거 무산을 다룬 것에서 끝나지 않고 민주광장 코너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담고자 노력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평면적인 주장과 추론적인 근거만을 담은 민주광장은 코너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충돌하는 의견이나 특색 있는 생각과 같은 코너의 정체성이 전혀 드러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1921호에는 전반적으로 좋은 주제가 많았다.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각적인 주제를 찾는다면 기사의 절반은 이미 성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패는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달려 있다. 고대신문만이 할 수 있는 접근, 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으로 특색 있는 기사를 만드는 언론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은영(미디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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