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친구들이 군 복무를 위해 하나둘 군대로 떠났다. ‘인편을 꼭 써달라는 가벼운 말을 남기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떠난다. 군 복무가 남의 일인 나는 친구들과의 이별을 인편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 가장 친하던 친구가 군대로 떠났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웃으며 보냈다. “휴가 나오면 꼭 만나줄게”, “인편 꼭 많이 써줄게”, 가벼운 말을 던지고 엄숙한 분위기보다는 까까머리를 비웃으며 딱 인편 무게만큼의 섭섭함과 함께 또 하나의 친구를 보냈다.

  326일은 천안함 피격 사건 11주기였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백령도 남서쪽 1지점에서 초계함인 천안함이 훈련 도중 북한 해군 잠수정의 어뢰에 공격당해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한 사건이다. 승무원 104명 중 46명의 장병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전사자 중 17명은 의무복무 중인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천안함을 탔던 이들도 내 친구들처럼 편지를 써 달라 말하고 떠났던 군대 가는 친구였다. 20살짜리 갓 성인이 된 장병도 있었고, 제대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던 청년들도 있었을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늦깎이 군인이 된 이도 있었다. 그날이 되기 전까지 천안함의 군인들은 편지지의 무게만큼 가벼운 마음을 안고 배에 탔을지 모른다.

  ‘병역의 의무라는 간단한 말로 가볍게 포장된 군대 가는 친구들’. 당사자마저도 그 무게를 잘 모르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가 친구의 군 복무를 편지지 한 장만큼 가볍게 여기듯, 천안함에 대해 얕게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군 복무는 참 가볍게 느껴지는데, 천안함에 타고 있던 이들이 내 친구라 생각하면 그토록 무겁다.

  오늘 내 옆에서 함께 맥주 한잔하던 누군가도 언젠가 군인이 되어 그곳에 간다. 결코 가볍지 않은 행선지로. 또 다음 친구를 인편 꼭 쓰겠다는 가벼운 인사로 보내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들의 행선지가 달라 보인다.

이정우 사회부장 van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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