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수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다
전자의수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다
  • 유승하 기자
  • 승인 2021.03.28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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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전기전자전파공학부 00학번) '만드로' 대표 인터뷰
이상호 대표는 "비싼 가격 때문에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호 대표는 "비싼 가격 때문에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퇴사하고 시작한 창업

저렴하게 사용하는 전자의수 제작

직업이 된 3D 프린팅 취미

 

  ‘의수제작 가능할까요?’

  20151월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올해 35살인데, 일하던 중 사고로 양손 손목이 절단됐어요. 의수가 필요한데 한쪽에 4000만 원씩 하는 전자의수는 너무 비싸서요.’ 가격 때문에 의수를 포기하려다가,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쓴 글이었다. 우연히 이 사연을 접한 이상호(전기전자전파공학부 00학번) '만드로' 대표는 그 길로 전자의수 제작을 시작했다.

  팔이 절단된 장애인들이 신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전자의수의 가격은 대부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 비싼 제품은 1억 원이 넘는다. 전자의수가 절실하게 필요하더라도 상당한 가격에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 한 대 가격으로 전자의수를 판매하는 회사 만드로의 등장은 전자의수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비싼 가격 때문에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상호 대표의 신념은 뚜렷하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부딪히려

  학창 시절, 이상호 대표는 집과 학교, 오락실만 오가던 게임 덕후였다. 자연스레 컴퓨터를 좋아하게 됐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어 본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나 5년도 채 안 돼서 퇴사를 결심했다. “큰 조직을 굴리기 위해 희생되는 인원 중 한 명일 뿐이었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개발보다 프레젠테이션을 더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질 것 같아서 곧장 뛰쳐나왔어요. 바닥에서부터 부딪혀가며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이 경험하려 뛰어든 창업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컴퓨터, 노트북, 3D프린터를 들고 양재동에 마련한 한 평 반 남짓한 사무실. 2014, ‘만드로의 여정은 그곳에서 시작됐다.

 

  가랑비에 옷 젖듯 시작한 사업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절단 장애인의 사연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만드로3D프린터 활용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전자의수 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재능기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커져 의수 제작에 전념하게 됐다. “사람이 손 대신 쓸 의수를 제작하는 건데,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제가 장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전자의수를 좋은 품질로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상호 대표는 3D 프린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타사 제품보다 훨씬 싼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만드로의 전자의수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대로, 1000만 원을 상회하는 기존 전자의수들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 저렴한 전자의수 제작이 가능한 배경은

  “전자의수 시장은 규모가 작아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고, 주로 맞춤 제작을 하죠. 그러다 보니 부품 하나하나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요. 유지 보수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자의수 한 대에 몇천만 원까지 값이 나가는 건 다반사고요. ‘만드로는 제작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존 기술이나 부품을 사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개발하려고 해요. 3D프린터를 최대로 활용하면서 손부터 손목 연결 장치, 센서, 배터리까지 자체 제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의수 안에 들어가는 부품의 원재료도 더 싼 걸 사용해요. 다른 전자의수들은 내구성이 5~10년 정도 되는 비싼 스위스제 모터를 사용합니다. 한 개에 30만 원씩이나 하는데, 저희는 내구성이 2년 정도 되는 모터를 쓰죠. 이렇게 단가를 낮추면 오래가지는 않아도 휴대전화 AS 받는 것처럼 교체해서 쓸 수 있는 거죠.”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아름다운 기술

  ‘만드로의 첫 전자의수 제작기가 SNS를 통해 알려지자 한 초등학생이 사람을 향하는 기술이 아름다운 기술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상호 대표는 이 댓글을 보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어린 학생이 그런 댓글을 썼다니 많이 놀랐죠. 그렇게 의미부여를 해주다니 몸 둘 바를 몰랐어요. 많이 반성하고, 고민한 끝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어요.”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기술은 적정기술이다. “아름다운 기술이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지불할 수 있는 선에서 가격이 책정되고, 또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적정기술이죠.”

 

  -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전자의수는 개인 맞춤제작하는 제품이다 보니, 고객마다 요청 사항이 다 달라요. 그래서 저는 모든 고객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중에서도 사업 초창기에 만났던 고객 한 분이 떠오르네요. 피드백을 제일 많이 주셨거든요. 당시에 저희가 제작했던 의수가 연필을 잡기에는 힘이 부족하고 틀어질 때가 많았는데, 일반적인 연필 쥐는 법 대신 세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우면 의수로도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해외 시장 진출하는 만드로

  ‘만드로는 국내를 넘어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에도 전자의수를 기증하거나 판매한다. “중동 출장을 26번 정도 갔고 의수를 500대 넘게 보급했어요. 우리나라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라 중동지역을 타깃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이상호 대표는 유명인사다. “두바이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제트 팔처럼 의수를 달고 다녔더니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 TV로 방송되기까지 했죠. 팔 없이 돌아다녀도 알아보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해외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와중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겼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위기에요.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전부 무산되고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일단 해외 진출은 잠시 접어두고 제품 개발에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이 상황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 외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러 간 적이 있어요. 전쟁 피해로 매일매일 절단 장애인들이 생기는 상황이었습니다. 미팅을 하는 그 순간에도 국경 너머에서는 하고 폭탄이 떨어지더군요. 충격적이었습니다.

  레바논에서도 활동했었는데, 거기는 전기가 24시간 내내 들어오는 게 아니라 20시간, 16시간씩밖에 안 들어옵니다. 3D프린터를 돌려야 하는데 중간에 자꾸 멈추니까 난감했죠. 그래서 직접 배터리 팩을 장착한 3D프린터를 만들어 갔습니다. 전기가 끊어져도 기계를 가동하고 의수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 앞으로 만드로의 목표는

  “모든 절단 장애인들이 쓸 수 있는 의수를 만들고 보급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의수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절단 위치에 따라서 쓸 수 있는 의수가 다르다는 거예요. 어깨 근처에서 절단되신 분들은 손목에서 팔꿈치 사이가 절단된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의수를 쓰지 못하죠. 심지어 손의 일부가 절단된 경우에는 현재 기술로서는 사용할 수 있는 전자의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절단 장애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할 겁니다. , 돈이 없어서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잘하려고 노력하길

  이상호 대표는 몰입에 일가견이 있다. 게임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에는 동네 게임 대회에서 우승했고, 요즘도 집에 있는 조이박스로 오락실 게임을 즐긴다. ‘만드로역시 취미였던 3D프린팅을 업으로 삼고 창업한 결과다.

  앞으로 3D프린터로 제작해보고 싶은 게 있냐고 묻자, 사무실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LED 조명을 꺼내왔다. 조명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고 전원을 연결해 조명을 켜가며 열성적으로 소개하는 모습에서 그가 영락없이 이 일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3D프린터는 생각한 걸 바로 만들어주는 도구에요. 원래는 취미였는데 일이 돼버렸으니까, 이런 걸 덕업일치라고 하죠? 아주 만족스러워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또 그걸 잘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지 않지만 잘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사는 건 인생의 절반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공통분모를 찾아서 목표를 세우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승하 기자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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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식이 2021-03-30 19:59:03
정말 멋있는 분이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