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본관 앞에서 본교 미화노조의 첫 중식집회가 열렸다.
지난 3월 23일 본관 앞에서 본교 미화노조의 첫 중식집회가 열렸다.

  3월 23일, 미화노조가 본교 본관 앞에서 첫 중식집회를 열었다. 2020년 기준 시급인 9260원을 2021년에도 동결하겠다는 본교 미화용역업체 ㈜아이비에스인더스트리(대표=구성회, 아이비에스)의 입장에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날 집회엔 40여명의 민주노총 산하 학내 미화·주차·경비노동자가 참여했다.

  미화노조는 최저임금 및 세금 산정 비율 인상에 맞춰 시급 130원 인상을 용역업체에 요구했으나, 작년 11월부터 9차례 진행된 임금교섭에도 타협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조정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3월 26일 열린 3차 조정회의도 결렬됐다. 미화노조는 2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찬성 83.4%로 가결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 지부 고려대분회(분회장=서재순, 고려대분회)는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쟁의 활동을 할 예정이다.

 

수차례 교섭에도 타협안 찾지 못해

  본교 미화노조 중 하나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지부장=장성기, 서울지부)의 고려대분회는 작년 11월부터 미화용역업체와 총 9차례 교섭했다. 해당 단체 교섭에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을 포함한 22개 분회와 17개의 용역업체가 참여했다.

  서울지부는 △조합원 시급 1만 원 △기본급 209시간 최저 기준 설정 △명확한 근로시간 기준 확립 등을 용역업체에 요구했다. 특히 고려대분회는 임금인상 요구에 집중했다. 조합원 시급을 1만 원까지 740원 올리는 것이 기존 요구안이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시급 130원 인상이다. 최저시급이 작년보다 130원이 오른 만큼 그 상승 폭을 고려해 달라는 의미다. 서재순 분회장은 “임금이 동결돼도 세금은 매년 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많은 것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당한 우리의 몫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월 23일 정오, 미화노조는 3차 조정회의에 앞서 첫 중식집회를 열었다.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원청인 학교 본부가 임금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했다. 3월 2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김덕호)와 진행한 조정회의에서도 양 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으며, 끝내 조정은 결렬됐다.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얻은 미화노조는 2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총 139명 중 찬성 116표, 반대 19표, 기타 4표로 83.4%가 쟁의행위 시행에 찬성했다. 서재순 분회장은 “조합원 의견을 바탕으로 명확한 투쟁 계획을 마련할 예정” 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전까지 아침집회와 중식집회를 계속해 나가겠다” 고 전했다.

 

책임 소재 두고 입장 상이

  본교는 대개 2년에 한 번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인건비, 자재비 등을 포함한 총액을 산정해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용역업체와 원청인 본교는 임금논의에 있어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미화노조는 “용역업체에 하청을 맡기는 주체는 원청인 본교이기에 임금인상에 있어 학교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 총무부는 임금 산정은 용역회사의 경영행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총무부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미화 근로자의 임금은 매년 인상됐지만, 올해는 용역회사가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임금동결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학교는 임금협상 관련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비에스 관계자는 “당장은 노조와의 교섭 내용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목소리 높이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

  최근 학내에서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화노조뿐만 아니라 직원노조도 근무 처우 및 급여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 지부 (지부장=김재년)와 2지부(지부장=황성관)는 1월 29일 조정중지 처분 후 쟁의권을 부여받아 3월 4일부터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3월 23일엔 고려대학교 1·2지부 교외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고, 3월 29일부터는 중식 선전전을 펼치며 투쟁 강도를 높였다. 미화노조 첫 중식집회에 참석한 김재년 지부장은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미화노조 서재순 분회장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이 꼭 투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언젠가 원활한 소통만으로 타협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고 덧붙였다. 총무부 관계자는 “업체와 노조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학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 | 이주은·조은진 기자 press@

사진 | 서현주 기자 z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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