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소득 수준과 대학 진학률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들의 민주화 열망은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진다는 테제를 반증한다.

  군 총사령관을 군 통수권자로 두고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내용의 미얀마 헌법에선 의석의 4분의 1이 군부의 몫으로 자동 배분되기에 군부의 동의 없이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 아웅산 수치 민족민주동맹의 승리와 정부 구성은 군부의 총칼 앞에 놓인 위태로운 민간 정부였다. 최근 군부의 재등장으로 고양된 시민의식은 전근대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군부의 그늘 뒤에 가려졌다.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국가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은 집권세력이기 때문에 그들은 종종 국가와 집권세력 간 모호한 개념 분리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곤 한다. 이는 그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가라는 개념 뒤에 그들 자신을 숨기는 행위에 불과하다. 미얀마의 군부 세력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을 국가의 구성원이기 전에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해야 하는 국가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므로, 미얀마 시민들이 보여준 군부 쿠데타에 대한 저항은 국가의 본래 목적을 상기시키고, 집권세력이 국가라는 명분으로 행사하는 합법적 폭력의 무자비한 힘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소득, 교육 등 민주화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이 미비한 상황에서 이어지고 있는 저항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는 계속되어야 한다. 물론, 그 국제사회에서 우리 한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1987, 6월 전두환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전개된 집회와 시위는 민중의 뚜렷한 요구를 기반으로 경찰과 군대의 진압을 무력화한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의 일면이며, 이는 현재 미얀마 시민들의 요구와도 일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을 내걸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군에 대한 통제권 없이 언제든 군부 세력이 시민을 국가에 종속시킬 수 있는 상황이 무척이나 닮아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상호분리될 수 없다. 최근 청와대와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에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인사들의 석방과 국민 존중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적극적 태도와 시민사회의 연대, 그리고 미얀마 역사의 흐름 속에 민주화를 이룬 국가들의 도움이 뒷받침되어 수많은 희생이 헛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박지희(문과대 사회20)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