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 서울대 교수· 농경제사회학부

  농업은 국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 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자연환경 및 생태의 보전, 경관 및 문화의 보전 등 다양한 형태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EU, 스위스, 일본 등 일부 잘사는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업이 발휘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선 아직도 국민들이 먹고 사는 기초적 생존 문제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농업을 단지 식량을 생산하는 부문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이 창출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은 경쟁 논리에 입각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급격히 상실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농업부문이 축소되고 농촌사회가 붕괴된다면 농업활동과 농촌사회의 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많은 사회적 순기능이 없어질 것이고, 향후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EU, 스위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농업생산 활동을 통해 부수적으로 창출되는 토양, 수자원, 생물다양성 유지 등 환경 및 생태보전, 경관 및 문화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공익형 직불제라는 명목으로 농업에 대한 직접지원을 확대해 왔다. 이렇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익형 직불제가 농정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이 제도가 농가에 대한 소득지지 또는 경영안정에도 기여하지만 무엇보다 토양, 수질, 대기의 질 개선, 아름다운 농촌경관 및 전통문화 보전, 지역농업과 농촌경제의 활력 회복 등 다양한 공익적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미국, 호주, 칠레 등 주요 농업강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농업부문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기존 농업직불정책을 농업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수단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농업·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확산에 이바지하도록 공익형으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증가해 왔다. 특히 2017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핵심 농정공약으로 농업직불제를 공익형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을 내세웠다그 결과, 201912월 기존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한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051일자로 공익직불제가 전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공익직불제는 지금까지 쌀 중심·대농 편중의 품목간, 농가간 지원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밭 구분 없이 통합하여 재배작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의 직불금을 지급하여 중소농의 소득안정 기능을 확대하고, 농가의 환경친화적 영농의무를 강화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확산해 나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공익직불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환경·생태, 경관·전통문화 보전 등 다양한 공익기능 및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24000억원 수준의 재정 규모로 실시되는 우리나라의 공익직불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앞으로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할 핵심적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농가들은 공익직불금의 수혜를 받는 대신 약속한 의무준수 사항을 성실히 수행하고, 환경, 생태, 경관 보전 등의 가시적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선진국의 경험상 국민적지지 속에 공익형 직불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홍보하는 체제구축이 필요하다. 앞으로 공익직불제의 성과는 제도 시행 이후 토양··대기·환경·생태·경관의 질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공익직불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제고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농업과 농촌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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