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유력 경제지의 재미있는 칼럼을 하나 소개한다. 주제는 글로벌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인 인플레이션으로, “당신들이 걱정하는 만큼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근거에 있다.
칼럼은 말한다. 인플레이션이 ‘기우’일 뿐인 이유는 “물가를 짓누르는 몇 개의 거대하고 세계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합심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 시중에 흘러든 자금이 경기 회복과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물가 상승을 낳은 결과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것이란 구구절절한 이야기와는 달라 꽤 신선하다. 거대하고 세계적인 힘, 인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우주적 존재’들의 대화에서나 나올 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그 힘의 정체는 너무 익숙한 것의 나열이다. 바로 기술과 세계화, 고령화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인플레이션과 연결하는가인데, 그것마저도 특별하지 않다.
첫째, 기술 혁신은 생산비를 끌어내림으로써 재화의 가격을 낮춰왔다. 더 적은 돈으로 같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돈의 구매력이 향상했다는 뜻이다. 또, 세계화로 인한 무역의 성장으로 값싼 제품과 노동력은 넘쳐난다. 칼럼은 세계적 인건비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또한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뉘는데, 내가 재미있게 본 부분도 여기다.
먼저 사람은 고령이 되면 지출은 줄이고 저축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고령화 사회에서는 정부가 돈을 아무리 찍어내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기엔 부족하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서는 젊은층과 고령층이 동시에 노동시장에 나오면서 더 큰 경쟁을 유발하고, 이는 평균 임금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득 상사를 향해 거침없이 ‘입 닫고 지갑 좀 열어달라’고 했던 둘째이모 김다비씨의 노래가 생각난다. 그의 바람과 달리 지갑을 닫는 노인들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란 전망이 마냥 안심할 일인가. 코로나 이후 미디어가 지나치게 인플레이션의 역기능만을 주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 곧 첫 손주를 보는 환갑의 아버지는 “앞으로 돈 쓸 일이 더 많아졌다”며 일단은 고령화의 ‘인플레 방어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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