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우리는 항상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단순히 사람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무언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리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는 현대인이 왜 피로한지, 바로 그 원인을 파헤친다. 그는 우리 사회를 피로사회로 규정하고, 대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길래 우리가 이렇게 피로한 것인지를 규명한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지금 이 시대에 고유한 질병은 바로 신경증적 질병, 즉 소진(번아웃) 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 행동장애, 그리고 무엇보다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 질환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상당수는 소진 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한번씩은 겪어 봤을 것이다. 수능 공부나 고시 공부를 하다가 번아웃이 오고, 성적표에 적혀 있는 숫자를 보고 심하게 우울해지는 식으로 말이다.

  무엇이 우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번아웃이 오게 했던 걸까? 이 책은 긍정성의 과다를 원인으로 진단한다. 우리를 지배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별로 없다. 대신 우리에게는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 등이 주어진다. 무한정한 ‘can’(할 수 있음)이 성과사회를 지배하는 조동사다. 다만 문제는, 긍정성이 너무나 과다하다는 것이다.

  성과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수능 5등급에서 1등급이 될 수도 있고 상위권 대학에 갈 수도 있다. 고등학생 시절 3년 내내 이와 같은 무한정한 긍정성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성과를 내기 위해, 쉬는 시간도 허투루 보내기 아까워 영어 단어장을 가지고 다니며 단어를 외웠다. 시험 기간에는 새벽 4시 전에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시험이 끝난 직후 수학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게 수학 4등급에서 1등급이 된 선배 얘기를 해주며, ‘너네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해내기 위해 나 자신을 혹사시켰다. 그러다가 더는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탈진한 채로 우울에 빠지고 말았다. 너무나 피로했다. 극심한 피로는 과잉 긍정성의 결말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성과사회의 다른 이름은 피로사회.

  성과사회의 주체는, 즉 우리는,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며, 자기 자신의 경영자다. 누구도 우리를 지배하지 않기에 우리는 자유롭지만, 성과사회의 자유는 우리를 너무나 피로하게 한다. 그렇게 피로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양산한다.

  한병철은 서문에서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우리 한국인은 항상 성과를 내려 하고, 그 때문에 너무나 피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명쾌하고 대담한 분석으로 우리 사회를 해부하고 피로의 원인을 진단한다. 우리를 짓누르는 피로의 원인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걸 권한다.

 

김동균(문과대 철학20)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