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선 세종대 국정관리연구소 외교안보연구센터장

  매번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모병제에 관한 것이다. 곧 실감하게 될 인구절벽의 충격이 국방에 거세게 밀려들면서, 병역자원 부족 문제는 국가적, 정치적으로 매우 중대한 도전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선 모병제의 필요성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모병제는 언젠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이다라는 틀에 박힌 대답을 십 수년간 해오고 있다. 과연 그렇게 병역제도 문제가 먼 훗날에 천천히 생각해도 될 정도로 한가할까? 그동안 연구한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는 정책을 통해 부분적으로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나, 전면적인 병역제도 혁신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은 곤란할 것이다.

  국방부는 2018년부터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2022년을 목표연도로 현역병의 의무복무를 18개월(육군기준)으로 줄이고 상비병력 규모도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상비병력 50만 명 중 징집병 비율은 67%로서 33.3만 명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년 22.2만 명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20세 남자 인구의 약 10% 정도가 건강 등의 사유로 인해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20세 남자 인구가 24.7만 명 이상이 되어야만 매년 안정적으로 현역병 충원이 가능하다.

  2020년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세 남자 인구는 2025년부터 24만 명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우리 군은 병역자원 부족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시기에는 기존의 잉여 인력을 활용하거나 대체복무 수요를 줄임으로써 어느 정도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20세 남자 인구가 20만 명 이하로 떨어지는 2037년부터는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특히, 2041년에는 20세 남자 인구가 중위 추계 약 14.6만 명, 저위 추계 12만 명으로 급감한다. 이때쯤이면 현재의 병역제도로는 백약이 무효할 것이다.

  절대 인구 감소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의 해결책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의무복무 기간을 현재의 18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리는 방안이다. 그럴 경우, 매년 현역병 충원소요가 11.1만 명이기 때문에 2040년의 인구 최저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 둘째, 현재의 18개월 의무복무 기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징집 가능한 인구수를 고려하여 현역병 규모를 15만 명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현역병 규모 33.3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전체 한국군 규모는 간부 12.7만 명을 포함하여 약 28만 명 수준이 될 것이다.

  셋째, 국민개병제로서 20세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하게 징집하여 18개월 의무 복무하도록 한다. 그러면 204020세 인구는 가까스로 매년 22.2만 명의 현역병 충원이 가능하다. 넷째, 현재 징집병 중심의 한국군 병력구조를 변혁하여 장기복무자의 구성비를 대폭 높이고 징집병의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다. 장기복무 기간을 평균 20년으로 가정하면 연간 신규모집 소요는 약 3만 명 안팎으로 현재 간부 모집의 2배가 넘게 될 것이다.

  병역자원 부족에 대응하는 정책 대안은 이중 어느 하나 또는 이들을 융합한 것이될 것이다. 이중 어느 방안이 미래 한국사회의 실정에 적합할지는 정치적, 국민적, 안보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논의를 현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국방환경과 미래전 수행 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지금의 징집병 위주 병력구조가 앞으로도 적합할지에 대한 문제와 국가적 차원의 효율적인 인력 활용 방안 그리고 모병제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모병제라고 해서 국민개병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복무자의 구성비를 전체 병력의 80% 이상으로 대폭 높이고 나머지는 유사 지원병으로 충원하되, 군에 입대하지 않는 20세 남자 전원은 일정 기간 군사훈련을 이수한 후 예비역으로 편입하도록 한다. 이렇게 한다면 연간 현역 보충 수요를 줄임으로써 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민개병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 결과로는 이 방안을 지금 시행한다면 다소 재정 부담이 크지만 2037년부터는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직업군인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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