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이십 대의 강민주가 사회의 여성 억압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당대 가장 잘나가는 남성 배우 백승하를 납치해 사육한다. 남자 배우를 납치해 여성 억압에 대한 무지를 일깨운다는 설정은 이 작품이 90년대 작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소설 속에서나 가능하게 느껴지는 파격적인 소재이다.

  강민주의 계획과 실천은 소설 전면에서 상당히 호소력 있고 설득력을 갖춰 서술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강민주라는 ‘고독한 영웅’의 전형적 모습 덕분이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힘으로 전체 여성이 구조적으로 당하고 있는 고통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려면, 그는 이 정도 역량을 갖춰야 했다.

  강민주의 영웅적 면모들은 다음과 같이 나열할 수 있다. 이 세상은 절망적 텍스트일 뿐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 있는 단호함,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하던 아버지의 머리를 6세에 내려친 타고난 당돌함,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정의감과 자신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근거 있는 자만심. 자신의 계획을 완수시킬 수 있는 치밀함과 자기 통제력과 지성,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상당한 재력. 또한 자신에게 완전히 복종하는 조금 덜떨어진 심복 황남기까지. 여성 캐릭터에게 쉬이 허용되지 못하였던 고독한, 그러나 그렇기에 만들어지는 영웅성이 이 파격적인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인다.

  이 소설에서는 강민주의 개인적 특성 외에도, 여성이 남성 인물 및 가부장적 사회와 맺는 ‘관계성’이 두드러진다. 강민주라는 인물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황남기와는 절대적으로 수직적 관계를 맺는 반면, 백승하와는 관계의 변화를 맞게 된다. 가부장적인 세계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관계 맺기 방식을 거부한다. 그것은 완벽한 ‘단절’ 이 아닌, 끊임없는 고민 속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다. 자신이 세계의 외부자가 아님을 당당히 수용하고, 내부자이기 때문에 세상에 맞설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강민주는 영웅답게 그 모든 고민을 피하지 않으며 자신의 치열한 고민의 결과들을 체화한다. 강민주가 황남기를 하대하면서도 백승하에 대한 자신의 감정 변화를 솔직히 인정하는, 어쩌면 모순되어 보이는 면을 통해 그의 영웅성은 입증된다.

  작가의 말에 이런 압도적인 강민주에 대한 평가가 있다. ‘그래서 강민주가 등장했다. 낮은 포복을 혐오하고 높이 기립해서 사는 여자, 물살을 거스르며 하류에서 강의 상류로 나아가는 여자. 그런 주인공이 필요했다. 현실에는 없지만, 소설에서는, 소설이므로, 강민주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민주가 맞이해야 했던 결말마저 ‘고독한 영웅’을 위한 완벽히 상처 없는 서사였다.

  그렇기에 이 대담한 영웅기는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폭력과 억압에 대항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교묘하고 복합적인 세상의 억압을 없는 셈 치지 않는, 그 방법으로써 세상에 크게 뒤통수치는 인물의 상처 없는 이야기는 이 세상의 온갖 상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나아간다.

 

진세민(문과대 사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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