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은 어린이날이다. 꿈과 미래가 피어나는 봄의 절정에 태어났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은 보성전문학교 교우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대신문은 99주년 어린이날을 돌아봤다. '애녀석'과 '아해놈'을 젊은이·늙은이와 대등한 '어린이'로 불러준 사람. 그는 사회의 약자를 진정으로 해방해야 강자까지 해방한다고 믿었다.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은 어린이라는 단어를 비하와 조롱, 잘 팔리는 콘텐츠를 위해 쓴다. 이다연 기자는 방정환 선배의 업적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어딘가의 어린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멋진 미래를 가꾸어 갈 존재기 이전에, 우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온전한 인격체"라는 말에 공감했다. 최근 넷플릭스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좋은 어른이란 무엇이고 나는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그 상념에 무게를 더했다.

  뜻깊은 기획은 또 있다. 보통 '의료원' 하면 세브란스 때문에 연세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고대도 연대 못지않게 소외된 사람들과 지역 사회에 기여해온 역사가 깊다는 사실을 조명해줬다.

  구로·안산병원은 산업재해의 아픔과 함께 해왔고, 의료원이 탈북자와 다문화 가정을 찾아가 진료하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다만 조선여자의학강습소 등 초창기 졸업생이나 교육현장 사진이 크게 실렸다면 지면이 더 매력적이었겠다.

  대학을 거부한 사람들, 뉴노멀이 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 교육 역시 뜻깊은 기획이다. 대학교 개교기념호에 대학을 거부한 사람들 이야기를 싣다니.

  청년 주거 복지에서 대학생 아닌 청년은 소외돼 있다는 지적은 당국이 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비진학자가 의식주 정책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면, 대학이 선택지로 남을 리 없다.

  대학 거부자에서 스페인 몬드라곤 경영대학 진학자로 길을 옮긴 김한률 씨 이야기도 새겨들을만하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대학 제도가 '준비 낙오자'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인데, 텅 빈 놀이터가 주인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고대신문 사진기획이 지면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크고 넓은 사진 배치는 더이상 과감한 시도가 아니다. 그러니 마지막 면 사진기획을 양면으로 잡아 넓게 편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주도 좋은 기획 무사히 마감한 고대신문 뉴스룸에 고맙다. 여러분은 괜찮은 사람이다. 좋은 어른이다.

 

이범종(뉴스토마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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