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벚꽃과 함께 중간고사가 끝났다. 그리고 고대신문 영상 마감이 다가왔다. 이번 영상으로 어버이날을 맞이해 학생들의 부모님과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부모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평소 부모님께 못했던 말들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세 명의 학생들과 그들의 어머니가 전화로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부모의 마음을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편집을 위해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봤지만, 그때마다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러한 감동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길,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길 하는 바람이 생겼다.

  밤 8시가 다 되어가는 저녁. 벨소리가 울렸다. “딸 밥 먹었어? 요즘 통 연락이 없더라. 엄마가 요즘…” 서운한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엄마 나 바쁘니까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말이 채 마치기도 전에 통화는 끝이 났다. 마감날의 부담감으로 핸드폰을 붙들고 있을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다음날도 그리고 마감날도 엄마는 바쁠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세 끼 다 챙겨 먹으면 살찐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드디어 영상이 완성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은근히 노골적으로 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물론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자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친구들에게 영상 잘 봤다는 답이 왔다. 좋은 반응에 뿌듯해하며 친구들의 카톡을 하나씩 넘겨봤다. “너도 저 질문들 해봤어?” 한 친구의 짧은 답장이 내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최근 부모님께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딸의 밝은 목소리를 들은 엄마는 신이 난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서서 딸이 돌아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버이날이 지난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고 있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지금 핸드폰을 들어 부모님께 전화해보자. 엄마 아빠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용기 내어 말해보자.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김소현 기자 sos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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