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연구원들은 맡은 일 그 이상은 안 하려고 해요. 자신이 몸담은 산업에 대한 책임의식이 떨어진달까요.”

  국책 연구기관을 출입할 때 곧 퇴직을 앞둔 한 연구원이 후배들을 보고 느낀 바를 이렇게 밝혔다. 연구원들은 연구를 수행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연구결과를 언론 등 외부에 적극 알리는 일이 중요한데, 갈수록 자기 업무 이상의 것은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이 말을 꺼낸 취재원보다는 일종의 험담(?)을 당한 후배 연구원들과 연령대가 비슷한지라 당시엔 ‘꼰대의 푸념’ 이겠거니 하고 흘려들었다.

  그런데 이 한마디의 잔상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흔히 ‘MZ세대’로 분류되는 우리 세대는 이곳저곳에서 분석된다.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이 분명히 분리되길 바란다. 불필요한 야근은 거부한다….’ 우리 세대의 이러한 특징은 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새삼스럽게 나열하는 기성세대가 되레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척 자연스럽다.

  하지만 내가 속한 조직이나 업계, 산업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열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딘가 쉽게 넘어가 지지 않는 구석이 있다. ‘일은 어디까지나 일’로만 보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과도한 충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아서다.

  실제로 취재현장에서 본인이 발 딛고 있는 산업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취재원들을 만날 때가 있다. 농업계에서 기자로 일을 하다 보면 이 산업을 이어갈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이들을 자주 마주한다. 이런 경험이 하나둘 쌓이면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철저히 자신과 분리했던 나 자신의 태도를 뒤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인생의 상당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공간, 그리고 조직, 크게는 한 산업에서 맡은 업무 이상의 책임 의식은 갖지 않겠다는 생각이 이미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만큼은 뚜렷하지는 않다. 이 무명의 칼럼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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