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슬 인천대화초 교사·교육학 박사

  역대 정부를 막론하고 학교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은 계속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열린 교육 운동, 5.31. 교육 개혁안, 새학교문화 창조운동, 참여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로부터 제시된 여러 교육 개혁안 등 학교 현장은 수많은 교육개혁 정책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어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학교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혁신학교정책이다. ‘혁신학교는 교육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으로 교육과정 혁신과 학교 운영 혁신을 통해 창의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학교혁신의 모델학교이다.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에 의해 정책으로 수립되었고, 이후 2010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6(서울,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에 모두 혁신학교가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꾸준한 확대 추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전국 모든 시·도에서 총 2165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혁신학교에 대한 인식조사, 2019.10.’ 등을 바탕으로, 혁신학교의 성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혁신학교는 학교 본연의 역할과 학교다움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민감성을 제고했으며,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개혁의 주체로 서게 했다. 둘째, 학교의 교육 자율성을 확대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체제, 소통하고 공감하는 학교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했다. 셋째,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 활동 및 교육 모델을 제공했다.

 

  혁신학교를 둘러싼 지속된 논란

  혁신학교 정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계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2018년 송파구 해누리 초·중학교, 가락초, 광진구 양진초, 2019년 강남 대곡초, 개일초, 2020년 경원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싼 거센 반대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수 여론 등을 중심으로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에 대한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은 11.9%, 전국 평균(4.5%)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그간 혁신학교가 농어촌 등 교육 환경이 다소 열악한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지역에 따른 학력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라 대응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8년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 분석보고서를 보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혁신학교 학생들의 국, , 수 과목의 성장률이 일반 학교 학생들에게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혁신학교를 확산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대해 반대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혁신학교 확산 과정에서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육 활동을 전개하는 교원들은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을까?

 

  변화를 만드는 과정 속 패러독스

  혁신학교 정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원들은 학교 현장의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 구축’, ‘교육 활동 중심의 학교 문화 형성등 혁신학교 정책이 의도한 결과를 경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가 맞물려 작용하는 학교 조직의 총체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까지 경험하고 있었다.

 

  ◇ 민주적이고 자율성이 존중되는 학교 만들기: ‘민주성’ vs. ‘관료성’, ‘자율성 vs. 규율, 규범

  혁신학교 정책의 확산 과정에서 학교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먼저,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학교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민주성과 기존 학교 조직에 내재된 관료성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회의가 활성화된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학교로 거듭남과 동시에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가 나타나 학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현상 또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자율성이 최대한 존중됨과 동시에 일부 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들의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 자유를 사유화하는 현상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 또한 초래되었다.

 

  ◇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변화 만들기: ‘맞춤형’ vs. ‘표준화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정책이 의도한 효과와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함께 나타나고 있었다. 삶과 앎이 일치하는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 마을 그리고 삶과 연계된 배움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으로 양질의 교육 활동이 전개되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단지 우수사례 따라하기 식의 혁신이 전개되고 있었다.

  교과서에 대해서도 교원들 간의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성취기준을 지도하면 될 뿐 교과서에 대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가르치면 된다라고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수능, 대입이라는 입시제도가 존재하는 한 표준화된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집필한 교과서를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교사도 있었다.

 

  ◇ 행정업무 간소화: ‘업무 간소화’ vs. ‘행정적 안전주의’, ‘협력/공동체’ vs. ‘경쟁 패러다임

  혁신학교에서는 행정업무를 간소화하고, 보조 인력을 배치하며 업무 전담 TF을 구성하는 등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업무 경감은 쉽지 않았다. 기존 행정업무 빼기보다는 혁신학교 업무가 더해진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교사들의 성실함과 교직사회에 잔존하는 실적주의가 작은 업무를 크게 만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전제일주의 등 행정적 절차의 복잡함으로 본질적인 교육 활동이 저해되는 현상, 일부 교사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업무의 부익부 빈익빈현상, 업무 간 소화 이후 교원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다시 업무를 나누어 갖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 또한 나타나고 있었다.

 

  변화를 향한 계속되는 도전

  ◇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다: ‘삶과 앎이 일치하는 역량 중심의 미래 학력관’ vs. ‘점수 중심의 현재 학력관

  혁신학교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려는 학교이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표준화된 지식을 지도하기보다는 마을 등 학생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주제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지도하고 있었다. 학력에 대한 관점도 일반 학교와 달랐다. 혁신학교에서는 수학 문제를 얼마나 더 맞췄느냐가 아니라, 실제 삶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학력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혁신학교의 이러한 교육관이 의도한 결과만을 양산해내는 것은 아니었다.

  ‘학력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과 대입제도 전반이 변화하지 않은 현 교육체제에서 일부 사회 구성원들은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중심의 교육 활동을 교육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도 혁신학교를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 ‘노는 학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례로 한 학부모의 경우, “공부는 학원에서 시킬 테니 학교에서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라고 교사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활동을 일부 학부모들은 학습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학부모의 인식은 공교육 혁신을 통해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고자 했던 혁신학교 정책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는 패러독스 현상으로, ‘혁신학교 정책의 목표는 교사들의 무한한 노력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도달 불가능한 것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정리하자면, 기존 학력관과 학부모의 의식 변화, 그리고 그것의 원천인 대입 제도 및 학벌, 학력 위주의 사회 전반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학생 중심의 앎과 삶이 연계되는 교육이라는 혁신교육이 추구하는 목표 자체가 현실에서는 무의미한 이상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학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하여 상당수의 교육청이 혁신학교의 일반화’, ‘일반 학교의 혁신학교화를 추구하고 있다. 혁신학교 구성원들 또한 혁신학교 운영 과정에서 민주적이면서도 교육 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변화를 시도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 확산 과정에서 혁신 교육을 위한 역량 부족등으로 언론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무늬만 혁신인 학교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교원들 사이에서도 혁신학교를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곳으로만 인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모델학교에 불과한 현재 혁신학교의 위상을 고려해보았을 때, 일반 학교로의 전입이 추후 교사 개인의 경력에 좀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혁신학교 정책이 보다 일반화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둘러싼 제도 및 정책 전반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울러, 혁신학교에 근무했던 교사가 일반 학교로 전입하게 될 경우 일반 학교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 또한 현실에서 쉽지 않았다. 개인 교사의 힘으로 학교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혁신학교 교사가 가진 교육적 경험들이 일반 학교에서 널리 확산되어 적용되기가 쉽지 않았다. 이는 혁신학교가 일반화되거나 일반 학교를 혁신학교화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 변화 시도는 계속돼야

  본 연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계속되는 교육개혁 정책으로 교사들은 개입의 역설을 경험하는 등 외부의 개입에 의한 교육개혁 정책에 관해 부담스러워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혁신학교 정책 등 학교 현장의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교원들은 교원들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 학교 현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로 미루어 보아 학교 개혁의 핵심은 교원이며, 다른 무엇보다도 교원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교육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현장은 더욱더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교원들은 교육활동이 멈추지 않도록 방역과 기초학력 지도, 학생 생활지도 등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혁신학교 교원들도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삶과 앎이 일치하는 교육을 위해 일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교사들이 주체로 서서, ‘교사주도성(teacher agency)’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 학교 현장의 역동적인 변화를 지원해줄 정책이 마련되어 코로나19로 다소 침체된 교육 현장에 활기가 불어넣어, 우리 교육이 한 걸음 더 도약하고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기고는 이예슬(2020), <혁신학교 정책의 패러독스: 정책 확산과정에서 나타난 교원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KU연구실 너머

  ‘혁신학교 확대는 시·도교육감의 공약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합니다. ‘혁신교육정책으로 인해 학교 현장은 학교 본연의 역할에 보다 집중하게 되고, 교원 간의 소통과 협력, 공동체 문화가 조성되는 등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언론에서는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부모,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를 확산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학교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교원들은 혁신학교 정책의 확산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어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당시 교육정책 패러독스를 주제로 한 연구가 많이 수행되지 못하여, 개념을 잡아 논문을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신 지도교수님과 전공 교수님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교원으로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양질의 교육 활동이 전개되도록 노력하고 동시에, 현장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로서 학교 현장의 변화에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며 현장감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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