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장하는 군부 독재정권”

“국제관계 얽혀있어 강력제재 어려워”

“군부의 강경 대응 계속 이어질 듯”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미얀마의 현 상황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미얀마의 현 상황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 전국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미얀마 저항 시인 켓 띠(Khet Thi·45)가 미얀마 시가잉 지역에서 심장을 포함한 장기가 모두 제거된 채 9일(현지시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며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800명이 넘는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사망했고 그 학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얀마의 악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미얀마 쿠데타의 과정과 배경에 대해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 쿠데타가 일어난 내막이 궁금하다

  “2015년, 미얀마에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이 실시됐다. 당시 ‘아웅산 수치 (Aung San Suu Kyi)’ 국가고문이 이끄는 야당이 압승했는데, 과연 군부가 정권을 순순히 넘겨줄 것이냐는 우려가 있었다. 1990 년 총선에서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야당, ‘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가 압승을 거뒀지만, 군부가 결과를 무효화시키고 강경 진압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에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이 “정권을 안 넘겨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실제로 권력을 넘겨주기도 했다. 그래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NLD 정부가 이어졌다.

  그런데 2020년에는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의 야당이 압승을 했는데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치와 NLD 지도자들을 구금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투표 결과를 뒤집고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군부에 강력히 저항했고, 군부가 이들을 무력으로 탄압하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

 

- 미얀마 군부가 이렇게 막무가내일 수 있는 이유는

  “현재 미얀마 헌법에 의하면, 군부의 권력은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정부의 힘을 훨씬 넘어선다. 군부가 정권을 잡은 2008년 당시 ‘2008년 헌법’이라는 신헌법이 제정됐다. ‘2008년 헌법’에 따르면 민선 정부. 즉 선거를 통해서 집권하는 정부가 있어도 그 정부가 군부를 통제할 수 없고 군부는 독자적으로 최고사령관과 부총사령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정했다.

  국가비상사태 결정권도 실질적으로 군부에게 있다. 현재 미얀마의 최고권력기구 ‘안전보장위원회’는 11명 위원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총 11명의 위원 중 6명이 군부의 통제 하에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당연히 시민 권력으로 선출된 국가 원수가 갖는 군통수권을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갖는 셈이다. 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입법·사법·행정권이 안전보장위원회나 군 최고 통수권자에게 가도록 헌법 조항을 만들었다. 군부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입법·사법·행정권을 차지할 수 있다.”

 

- 잘못된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나

  “군부가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또 다른 안정장치를 마련했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상·하원의 75%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미얀마 국회 상·하원의 각각 25%는 군부가 임명하는 인사로 채워져 있다. 군부가 임명한 인사가 반대표를 행사하면 수적으로 헌법 개정이 불가능한 구조다. 헌법이라고 하는 최고 수준의 제도가 권력을 보장해준 덕에 미얀마는 지금까지 제도화된 군부 독재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 2015년과 어떤 차이로 쿠데타가 일어났나

  “군부가 2015년에는 NLD에 정권을 넘겨줬었는데, 작년에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2015년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현재까지 납득이 될 만한 설명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가지 가설은 이렇다. 2015년에는 군부에게 유리하도록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야당으로 권력을 넘겨줘도 될 만큼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NLD가 다시 총선에 승리하면서 헌법이 다시 개정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가설만으로는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군부는 NLD가 정권을 잡아도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 2020년 NLD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헌법 개정이 불안했다면, 우선 정권을 넘겨주고 헌법 개정을 내세운 시위가 커지면 그때 질서유지의 명분을 내세워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했다면, 군부는 개입의 명분이 있었기에 NLD의 정권을 탄압하더라도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새 국회 의원들이 취임하기 직전에 아웅산 수치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거나 “통신법을 위반했다”와 같은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더 큰 시위를 촉발하고 이를 진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군부는 충분히 더 강력한 명분으로 NLD를 탄압할 수 있었음에도 비난의 여지가 큰 시기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또 하나의 가설은, 군부가 경제적 독점 이득을 취하는 데 불편함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거 미얀마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였지만 주변국의 개혁·개방으로 미얀마도 같은 노선에 올라타 투자나 원조가 증가하며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었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군부 지도자들이 챙겼기에 직접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도 경제적 이익만 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군인 출신인 떼인 세인 (Thein Sein) 전 미얀마 대통령이다. 떼인 세인은 미얀마의 위성TV를 독점하는 회사를 갖고 있는데, 경쟁업체가 없기 때문에 수신료를 조금만 인상해도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군부 지도자들은 국가 산업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유리했다. 그런데 NLD가 경제적인 독점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거나 군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기에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 미얀마 상황을 두고 국제사회의 입장차가 있다

  “각 국가의 이해관계로 인해 그럴 가능성이 크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를 살펴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미얀마의 유혈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성명을 낸 상태다. 그런데, 미얀마 군부가 그런 요구를 듣지 않고 지금의 태도를 유지했을 때 유엔 총회에서는 미얀마의 경제를 봉쇄하는 강경책을 낼 수 있다. 이 경우 미얀마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얀마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자원과 인구도 꽤 많은 편이라 중국에게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성장이 크게 달갑지 않은 마당에 지금 미얀마가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이 상황이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이 자국에 유리하니 미얀마에 엄청난 투자와 원조를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질 테고, 미국은 미얀마를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주변국의 강력한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 동남아시아 국가 중 미얀마와 비슷한 예가 있나

  “미얀마의 제도화된 군부 독재가 주변 국가에 전파되는 양상이 있다. 지금 태국의 군부가 2016년에 신헌법을 만들고 집권하고 있는데, 미얀마의 ‘2008년 헌법’ 모델을 그대로 따라 제정했다. 그래서 지금 태국에서도 헌법 개정을 위한 대규모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와의 차이라고 하면, 미얀마 군부의 강경한 진압에 비해 태국 군부는 그 정도가 약한 것뿐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군부 독재를 꿈꾸는 여러 군부 지도자들이 미얀마 군부 독재 모델을 따라가 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 무장한 시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무기 조달의 정확한 루트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수민족으로부터 무기를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얀마는 1950년대부터 버마족을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와 지방의 소수민족 간의 내전이 계속됐다. 그런데 1960년대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후로 군부가 계속 정권을 장악했다. 특히 1962년 중앙 정부가 강력한 중앙 집권을 위해 소수민족의 자유권을 박탈하는 동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수민족과 중앙정부 간 내전이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소수 민족 반군은 지역적으로 광물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충분히 무기를 구입하고 병사를 훈련할 재원이 있다. 이에 비해, 중앙 정부에서는 이들을 진압할 만한 충분한 무력이 없다.

  현재 군부가 미얀마 시민들의 공공의 적이 되면서 버마족과 소수민족의 연합이 형성됐다. 쿠데타 상황에서 시민들은 무장한 군부에 저항하면 무참히 학살당할 수 있다. 또 그렇다고 시위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런 상황이 너무 분하다. 그래서 소수민족들과 연합했고 이들로부터 무기를 조달받고 있는 것이라 예상한다. 반군과 시민들이 결합해 시민군이 된건데, 그렇게 되면 상당히 많은 버마인들도 결합해 ‘미얀마 군부’와 ‘반미얀마 군부 연합군’의 싸움으로 내전이 오래 갈 수밖에 없다.”

 

- 광주 5·18과 현재 미얀마를 비교하기도 한다

  “1980년 5월의 광주와 현재 미얀마는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광주도 그 당시에는 큰 희생을 치르고도 뜻하는 바를 바로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를 본다면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크게 일으키는 도화선이 됐을 뿐 아니라, 실제로 광주 학살의 책임이 있었던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들을 감옥에 보냈다는 차이가 있다.

  군부 독재가 끝난 이후 군부 독재 시절 인권 유린과 학살을 자행한 책임을 물어 당시 군부 지도자를 감옥까지 보낸 사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저항의 규모는 1980년 광주보다 미얀마가 훨씬 크다. 미얀마의 시위는 굉장히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이뤄낸 민주주의는 미얀마와 같은 다른 나라에는 ‘꿈 같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주변 국가들에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

 

- 미얀마의 미래는

  “앞서 말했듯, 현재 미얀마는 우리나라로 치면 1980년 5월의 광주라고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선거를 하면 아웅산 수치의 NLD가 워낙 지지도가 높아 군부는 민주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따라서 명확하게 군부의 쿠데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강경 진압을 선택한 이상 폭력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군부가 시위를 매우 강경 진압하고 있어, 미얀마 시위대가 일단 흩어졌다 다시 조직을 재건해 이후에 다시 민주화를 외치지 않을까 예상한다.”

 

글│송정현 기자 lipton@

사진│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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