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투자자가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주식 차트를 확인하고 있다.
※이 사진은 연출된 사진입니다

투자 자체가 나쁘진 않다지만

투자 철학 위해 많은 고민 필요

 

  ‘대학생 투자자는 더이상 특별한 타이틀이 아니다. 노트북 화면 한 쪽에 봉차트를 띄워두거나, 주가 등락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홍기훈(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취직이 어렵고, 이자율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대학생은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거의 없으니 투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무작정 투자에 뛰어들기도, 학회를 통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기도 한다. 그들의 독특한 투자 일지를 관찰했다.

 

  #1. 투자로 점철된 일상

  대학생연합투자동아리 UFIC의 회장 박종호(서강대 수학15) 씨는 취침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에 사용한다. 시험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차트는 항상 앞에 켜둔다. 수면 시간은 거래하는 시장의 개장시간과 마감시간에 맞춘다. 한동안 해외주식을 거래하느라 수면 패턴이 바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주식과 중국주식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 덕분에 남들 잘 때 자, 깰 때 깬다.

  미디어학부 20학번 A씨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가상화폐 거래소와 함께한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밤늦게까지 거래소 앱을 들여다보다 잠자리에 든다. 한 번 매수한 종목은 최소 30분에 한 번은 시세를 체크해야 마음이 놓인다.

 

  #2. 천당과 지옥 오가는 하루

  오전 9시부터 20분간은 이광석(미디어20) 씨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순간의 저점에 사서 찰나의 고점에 파는 일명 단타타이밍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 클릭 몇 번만으로 몇백 만 원 단위의 돈이 주머니에 들어올지, 아니면 달아날지 결정된다. 이광석 씨는 이 단타때문에 도박 증세까지 경험했다. “순식간에 큰돈이 들어오니까 기분은 좋은데, 또 한순간에 백만 원 넘는 돈을 잃으면 정말 피눈물이 나요. 이제 단타는 안 하려고요.”

  박종호 씨는 주식 때문에 그야말로 멘붕을 경험했다. 작년 겨울 그는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려고 준비하던 도중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거래정지 소식을 접했다. 판단력이 흐려진 사이 실력에 맞지 않는 고급 슬로프에서 스키를 탔다가 삐끗해 구급 썰매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A씨는 1시간 만에 120만 원을 벌었던 적도, 단번에 50만 원을 잃은 적도 있다. 최근에는 도지코인에 물렸다. 일론 머스크의 농담을 물고 찾아온 파랑새가 구원해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현명한 대학생 투자를 위해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근 5년간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박종호 씨는 최근에 많은 주식초보자들이 생겨나고 그들이 너무 장난스럽게 투자를 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여러 투자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은 좋지만 진지하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기훈 교수는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흐름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투자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근래 투자에 대한 각종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데, 학생들이 정보를 무분별하게 소비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투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투자하는 목적,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단기 목표를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홍 교수는 투자를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공부가 아니라 투자철학을 위한 고민이라고 전했다.

 

유승하·조은진 기자 press@

사진김소현 기자 sos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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