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창출활용연구실장
이성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창출활용연구실장

  구름은 잔뜩 끼어 있으나 비가 내리지 않는 상태를 밀운불우(密雲不雨)라고 한다. 뭔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함이 쌓이는 그런 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공공연구소 기술이전·사업화 현황도 그렇다. 쌓여 있는 기술도 많고 양적인 기술이전 성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질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 대학의 평균기술개발 건수는 미국 대학과 대동소이하며, 평균 기술이전 계약건수는 미국의 60% 수준까지 도달했다. 반면 한국 대학의 평균 기술이전 수입은 미국의 6%, 계약 건당 평균 기술이전 수입은 미국의 10%에 불과하다. 공공연구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으로 기술이전·사업화의 질적 개선이 절실하다.

  공공 기술이전·사업화의 질적 개선 방향을 다루기에 앞서 대학·공공연의 역할과 책임을 먼저 살펴보자. 기술개발 측면에서 대학·공공연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사업화가 어려운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동시에 산업계에서 이전받아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술이전 측면에서는 기술개발 및 흡수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저렴하게 기술을 확산해야 하는 한편 기술을 제값 받고 이전하여 높은 기술료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한국의 대학·공공연은 모순적인 것을 동시에 요구받는 상황 하에서 기술이전·사업화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공공 기술이전·사업화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인가?

  첫째, 기술이전·사업화 추진에 필요한 유망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수요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향해야 한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의 기술성숙도가 낮으면 산업현장에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그리고 와해성 혁신의 근간이 되는 기초·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혁신적 연구와 새로운 발견은 당장의 사업화가 어렵지만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사업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기초연구 투자비중이 높으며,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이스라엘이 기술사업화 강국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은 기술이전·사업화 유망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가 연구의 방향과 지원예산 총액만을 결정하고 예산 집행의 자율권은 개별기관에게 부여하는 블록펀딩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기초·원천기술은 단기과제 중심이 아닌 안정적인 중장기연구개발이 필요하고,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개발은 연구과제 종료 후 예산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다양한 기술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기반 창업이 신산업의 창출과 경제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기술사업화 경로로써 기술이전과 더불어 기술창업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구자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도록 제도와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연구소기업에 기술을 출자한 후 지분을 확보하고,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유용한 활용 방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기술출자로 설립된 연구소기업의 지분매각 수익은 2015년 전체 공공 기술이전 수입의 25%를 차지하였다. 이외에도 해외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침해하고 있는 대학·공공연 특허를 찾아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공격적인 전략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공공연은 개발기술의 특허권 확보, 기술이전·사업화 전담인력 확보에 투자해야 한다.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갖추지 못하면 앞서 언급한 전략적 기술활용 방안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러므로 특허 명세서 작성, 해외특허 확보 등 기술의 권리화 과정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마련에 힘써야 한다. 기술이전·사업화 과정에서 전문지식과 소통능력을 보유한 전문인력이 연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기술마케팅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기술수요에 대응할 최적의 연구자를 매칭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욱한 구름이 만물을 이롭게 할 비가 될지는 기술이전·사업화의 질적 성장을 위한 대학·공공연의 유망기술 확보, 전략적 기술활용, 특허 및 전문인력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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