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동행 취재기

 

  택배 배송은 택배기사의 손끝에서 시작해 택배기사의 손을 떠나는 순간 마무리된다. 발송인의 택배를 가져가 터미널에 보내고, 동시에 수신인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택배기사의 몫이다. 27, CJ대한통운 청담동 센터를 담당하는 10년 차 택배기사이자 택맨TV’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이청하(·36) 씨 옆에서 택배기사의 하루 일과를 관찰했다.

 

  ① 하루의 시작 : 하차부터 상차까지

  이청하 택배기사는 아침 7시 강남B터미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각종 허브·서브터미널에서 청담동으로 향하는 물건을 찾는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자신의 구역 물품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업무다. 이 과정을 택배 은어로 까대기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물류창고에서 짐을 나르는 일이라는 의미가 있다. 3년 전만 해도 최소 3시간 이상을 까대기에 할애하며, 고된 육체노동을 반복해야 했다. 자동 분류기술 또한 발달하지 않아 일일이 택배를 찾아 나서는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택배회사 측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을 추진했다. ‘까대기과정 중 보조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때 비용은 택배회사와 대리점이 일정 부분 지불한다. “예전에는 100이면 100, 모든 택배를 내가 직접 찾아 나서야 했는데, 이젠 스캔 한 번으로 기계가 물건을 가져다주고, 보조자가 있으니 일이 훨씬 수월해졌죠. 내 구역과 바로 옆 구역 물건만 구분하면 될 정도로 편해졌어요.”

  배송할 물건들을 트럭에 싣는 상차 작업도 택배기사가 직접 한다. 이때가 노련한 택배기사의 센스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배송루트와 박스 크기에 따라 트럭에 택배를 차곡차곡 쌓는다. 이 과정이 종일의 업무 효율을 좌우한다. 배송지역에 도착해 얼마나 빨리 해당 지역의 물품을 찾느냐가 트럭에 싣는 순서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상차가 끝나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각 아파트별, 골목별로 예상 배송시간 문자를 보낸다.

  이청하 택배기사는 정오까지의 업무가 가장 널널한 시간대라고 말한다. 물량이 많아도 2시간이면 배송할 준비가 끝난다. 11시쯤 밥차가 오면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밀린 유튜브 편집을 한다. 택배기사 과로사 뉴스를 접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리라 막연히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② 배송 업무

  오후 12, 택배 170개 가량을 가득 실은 1t 트럭이 현대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는 “170개 정도면 물량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말 이후 월요일은 물량이 가장 적은 날이다. 하지만 주말에 밀려있던 배송이 주중부터 시작되면서 화요일에는 택배기사 1명당 평균 250개의 택배가 배정된다. 화요일에 절정을 찍은 물량은 수요일부터 서서히 줄어든다. 그렇게 일주일에 그가 배송하는 물류량은 평균 1000개를 넘는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가장 먼저 L자 카트를 펼쳤다. 카트 위에 배송할 물건을 실으면서 스캐너로 바코드를 찍으려 하자 빗물이 들어가 오류가 났다. 이청하 택배기사는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는 듯, 스캐너를 만지작거리자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발송됐다. 스캔 후 빠르게 물건을 싣더니 순식간에 택배기사 키만큼 물건이 쌓였다.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아파트 앞에 카트를 세우고, 박스 8개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저층 아파트인 현대아파트는 평균 층수 10층으로, 엘리베이터는 성인 4명이 타면 꽉 찰 정도로 협소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송해야 하는 층을 한꺼번에 다 눌렀다. 해당 층에 서면, 잽싸게 물건을 현관 앞에 두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복귀했다. 동 하나를 도는데 10분이 채 소요되지 않았다. 1시간 동안 8, 70개의 택배가 현관 앞에 배송됐다. 뛰기는커녕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택배가 예상시간 안에 도착했다. 이청하 택배기사는 코로나19 이후 모든 배송이 비대면 원칙으로 바뀌어 업무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대면 배송일 때는 집에 사람이 없으면 전화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할지 안내드리는 것도 일이고, 시간이 많이 걸렸죠. 지금은 사람 부딪힐 일이 없어서 훨씬 편해졌어요.”

기자가 택배를 실은 L자 카트를 밀고있다.

 

까대기과정에 보조 인력 투입

일한 만큼 보상 있어 만족

 

  오후 120, 다음 배송지는 아파트 주변 골목 다세대 주택과 상가였다.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그나마 자리가 있어 보이는 구석 공간에 트럭을 세웠다. 곧 물건을 건물별로 분류해 바닥에 내려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분류를 마치고선 6개의 골목에 개당 평균 5개씩, 30개의 건물에 배송하기 시작했다.

  다세대 주택을 돌며 문득 엘리베이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높게는 6층 규모의 건물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먼저 배송한 품목은 봉투에 포장된 옷으로 용량이 가벼운 택배였다. 2, 3, 5층에 각각 택배를 배송하고 나니 숨결이 가빠졌다. 물건이 조금이라도 무거우면 수고는 배가 됐다. 생수 2L 9개 세트를 양손에 각각 하나씩 들고 배송할 땐 아파트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건물로 들어가려면 작은 언덕을 올라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생수통 배송지는 건물 1층이었는데도 경사도가 높은 언덕이 있어 1층이 1층 같지 않았다. 생수 세트 2개에 헉헉대는 기자를 본 이청하 택배 기사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 정도면 아주 적게 시킨 거죠. 많을 때는 한 집에서 25세트씩도 주문하고 그래요.” 대체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밑에 쌓아두고 왔다 갔다 하는 거죠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상가에 들어서 있는 회사의 비품 배송에 애를 먹기도 했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비좁은 탓에 박스가 들어가지 않아, 결국 직접 들고 계단을 올라야 했다.

이청하 택배기사가 다세대주택가에서 택배를 운반하고 있다.

 

  배송 와중에도, 중간중간 골목에 위치한 고객사를 들리며 발송할 물건을 챙겼다. 배송 중 3개 고객사를 들렀는데, 모두 음료수를 챙겨주며 택배기사의 안부를 물었다. 짧지만 담소를 나누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3시쯤 되니 모든 배송업무가 완료됐다. 주변에서 호떡을 사서 차 안에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사실 평소에는 업무 중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기자를 위해 샀다고 했다. “먹으려면 먹을 수도 있지만,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허기질 틈이 없죠.” 볼일처리는 배송 구역 내에 외워둔 개방화장실을 이용한다. “겨울에는 의식적으로 가려고 노력해요. 땀이 안 나니까 소변이 자주 마려윤데, 중간에 지나치면 다시 가야 하는데 까먹는 시간이 얼마예요.”

 

  ③ 집화 업무

  배송업무를 끝낸 택배기사는 이어서 고객사가 발송할 택배들을 찾아 물류센터에 보낸다. 이 업무를 집화라고 한다. 고객사를 영업하는 일 또한 택배기사의 능력이다. 이청하 택배기사는 청담동에 사업체가 개업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장 찾아가 계약을 체결했다. 수익이 높은 택배기사일수록 배송보다는 집화업무가 많다. 업무 강도에 비해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다.

  택배기사의 수익은 크게 두 가지다. 배송한 택배 개당 받는 수수료와 집화한 택배 개당별로 받는 수수료다. 배송 수수료는 개당 평균 800, 집화 수수료는 평균 600원이다. 개당 수익은 배송보다 적지만, 고객사를 한번 찾아가면 대량의 택배를 보내기 때문에 수익이 꽤나 짭짤하다. 특히 대량 발송을 자주 하는 고객사는 라벨기를 구비하고, 라벨링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택배를 보낸다. 택배기사는 택배를 스캔하고 싣기만 하면 되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청하 택배기사와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는 20여 군데로, 주중 매일 들리는 곳은 열 군데 정도다. 고객사는 로드샵, 개인 쇼핑몰, 스튜디오 등으로 다양하다. 요즘은 기업뿐만 아니라 SNS를 이용해 공동구매를 여는 사람도 늘어 고객층이 다양해졌다. 고객사는 평균 20개 이상의 택배를 발송했다. 고객사 앞에 쌓여있는 택배를 트럭에 옮기는 과정에서, 4개의 상자를 한 번에 옮겼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와중, 한꺼번에 10개의 상자를 들고 가는 이청하 택배기사가 보였다. 고객사를 돌며 발송할 물건들을 차에 싣고, 동시에 반품된 물품들도 전달했다.

  이청하 택배기사의 수입은 배송 6 대 집화 4의 비율로, 배송이 집화보다 조금 더 높았다. 시간도 적게 들고 노동강도도 높지 않은 집화업무지만, 집화만 주력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 사업체가 커지면 비교적 임대료가 낮은 지역으로 이전해 고객을 잃을 수도 있고, 사업이 어려워져 배송량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청하 택배기사는 배송과 집화 업무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고소득 택배기사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배송 택배 170, 집화 택배 200여 개를 배달하고 이날 얻은 하루 수익은 25만 원. 많이 벌지 못한 날에 속했다. 그는 하루 평균 30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물론 수익 전부를 가져갈 수는 없다. 수익의 10%는 대리점에 입금한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다.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회사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한다. 구역을 배정해주고, 집화 후 택배비를 택배회사에 입금하고, 회사와 택배기사 간 소통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대리점의 규모는 지역별, 환경적 특성에 따라 상이하지만, 평균 5명에서 20명까지의 인원을 수용한다. 이청하 택배기사가 속한 청담동 대리점의 인원은 20명으로 꽤 규모가 큰 편이다. “택배기사에게 해주는 건 없으면서 수수료는 20%씩 떼가는 악덕 대리점은 문제죠. 하지만 택배기사에게 대리점은 꼭 필요한 존재예요. 회사에 택배기사의 의견을 대신 전해주고, 협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준다면 적당한 수준의 수수료는 떼어가는 게 맞다고 봐요.”

 

  ④ 하루의 끝 : 하차 작업

  오후 3시 반, 고객사의 택배를 실은 트럭은 다시 강남B터미널로 돌아간다. 청담동 센터를 담당하는 택배기사들의 단톡방에 지금 일과를 마치고 터미널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30분쯤 달렸을까. 화물차와 트럭이 보이더니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때 서브터미널에서 발송될 택배들을 다시 지역별 허브·서브터미널에 보내주는 것이 택배기사의 마지막 일과다. 터미널에 돌아간 트럭의 문을 열고 자동 컨베이어 벨트 구역에 진입한다. 벨트 위에 택배들을 올려놓음으로써 택배기사는 오늘 하루 동행했던 택배들과 작별할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150개 이상의 택배를 올려놓기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머지 작고 가벼운 행낭성 택배 50개는 수도권과 지방을 따로 자루에 분류해 별도 카트에 쏟아 넣었다. 오후 430, 비로소 택배기사의 하루가 마무리됐다. 이청하 택배기사는 늦어도 오후 7시에는 일과가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강남B터미널로 돌아온 이청하 택배기사가 행낭성 택배를 쏟고있다.

 

  이청하 씨의 직업 만족도는 굉장히 높아 보였다.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게 이 일의 최고 장점이죠.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은 한 달 천만 원 수익을 가져가시기도 하니까요. 연차가 높다고 해서 크게 유리한 직종도 아니고, 일과를 마치면 그 이후의 삶은 오롯이 제 것으로 남길 수 있어요.”

 

송다영 기자 foreveryoung@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