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은 일국양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
"그랬다면 최소한 홍콩 시민들의 의견은 반영했어야"

 

2019년 한국외대 게시판에는 홍콩 민주화를 주장하는 대자보 위에 '하나의 중국' 포스터가 붙었다.
2019년 한국외대 게시판에는 홍콩 민주화를 주장하는 대자보 위에 '하나의 중국' 포스터가 붙었다.

  역사적으로 홍콩은 중국의 일부였다. 그렇지만 홍콩이 155년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차이가 생겼다. 홍콩을 완전히 귀속하려는 중국의 시도와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맞물리면서 갈등은 커져갔다. 작년 7월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표면적 갈등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내재한 혼돈은 여전하다.

  오랜 침묵을 가르고 중국인 청년과 홍콩인 청년의 대화를 담아봤다. 본지는 중국과 홍콩의 역사적 관계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둘러싼 홍콩인, 중국인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26일 줌으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중국인 아여와 송희, 홍콩인 주디와 미정이 참여했다. 좌담회는 참가자들의 신원을 보호 하기 위해 모두 가명으로 진행했다.

본지 기자들의 사회로 홍콩중국의 청년들은 '홍콩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본지 기자들의 사회로 홍콩중국의 청년들은 '홍콩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공산당을 피해 홍콩에 온 사람들이 다시 중국의 통제를 받게 됐다

주디│“공산당의 통치를 피하고자 홍콩으로 넘어온 사람들은 몇십 년 동안 자유를 누렸다. 또다시 피하고 싶은 상황을 마주한 우리 홍콩인들이 불쌍하다. 중국 반환 당시 홍콩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홍콩 시민들의 70%가 중국 반환에 반대했다. 하지만 홍콩의 미래를 논하는 협상 자리에 홍콩 사람들이 참석할 수 없어  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나는 홍콩이 지금 중국 정부의 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콩의 중국 반환을 결정하던 상황에 홍콩 사람이 없었기에 잘못된 결과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아여│“홍콩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에는 물론 영국의 식민지배 영향도 있겠지만 홍콩 뒤에 중국 본토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의 자본이 홍콩을 통하기에 지금 홍콩이 번영하는 것에는 중국의 영향도 있다.

미정│“예전 홍콩 사람들은 문화대혁명 등 안좋은 시기를 겪고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피하고자 홍콩으로 왔다. 1997년에 홍콩이 다시 중국의 통치로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충격을 받고 실망했을 것이다. 내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당시를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그 당시 홍콩인들이 홍콩의 중국 반환을 두려워하고 이민을 시도했다고 말씀하셨다.”

 

- 홍콩은 식민지배를 받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했다.

미정│“우선 홍콩에서 쓰는 말과 중국어는 다르다. 식민지배 시대에 홍콩 사람들은 영어를 배웠고 일상에서는 광둥어를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콩은 식민지배를 받는 긴 시간 동안 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고 민주주의 자유 이데올로기를 키웠다. 홍콩에서는 선거를 시행했고 홍콩 시민들은 선거권을 지녔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밑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송희│“홍콩은 155년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식민 통치라는 것은 지역이나 국가의 주권을 상실한 상태이다. 내 생각에 식민지배와 민주, 자유는 대립적인데 이런 상태에서 자유, 민주, 인권이 어떻게 존재했나.”

주디│“가장 중요한 것은 홍콩 시민들은 직접 선거를 해봤다는 점이다. 물론 홍콩 시민들의 투표로 정부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을 배웠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 을 수 있다.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에도 홍콩이 투표 제도, 선거 제도를 계속 시행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아여│“중국인들도 중국에서 자유와 민주를 느낀다. 자유와 민주라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받는 것이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우리도 국가 주석을 선출할 때 투표를 한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표자들이 선거하는 것뿐이다.”

 

-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나

아여│“홍콩은 중국의 일부이기에 홍콩의 중요한 법률은 중앙정부가 제정하는 게 당연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제주도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 정책이 나오기 전에 청와대가 관련 문제를 상의하고 제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홍콩)미정│“홍콩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빠르고 거칠다고 생각한다. 홍콩에서 시행한 법인데 홍콩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인대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2020년 6월 30일 밤 11시에 시행됐는데 다음 날인 7월 1일에는 ‘주권반환 기념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우리는 홍콩 정부가 이 시위를 막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실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며칠 전에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수업을 받았는데 수업을 하시는 변호사분도 국가보안법이 국가보안의 정의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홍콩 시민들은 국가보안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적응할 시간도 없다.”

(홍콩)주디│“홍콩 국가보안법은 제정 과정이 너무 빨랐고, 조례의 내용이 모호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국가보안법이 주권반환 기념 집회를 막기 위해 시행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불투명한 조례는 중국 정부에 상황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권력을 부여했다.”

 

-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중국이 약속했던 일국양제 50년이 깨졌다.

(중국)아여│“국가보안법은 일국양제를 깨는 게 아니라 더 잘 유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국가보안법이 너무 빠르게 제정된 것은 인정하지만 폭력이 심각했던 시위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송희│“실제로 국가보안법과 2019년 홍콩 시위는 깊게 연관된다. 시위의 의도와 목적은 이해하지만 2019년의 홍콩 시위는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였다. 경찰뿐 아니라 평범한 노인들, 학생들이 무차별 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안타까웠다. 그런 상황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빠르고 신속하게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 같다.”

미정│“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폭력적인 시위겠지만 실제로는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례였다. 경찰이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많은 홍콩인들은 약속을 깬 중국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나

주디│“국가보안법 시행 전에는 시위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인터넷 댓글 역시 마음 대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 한 마디가 나와 가족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콩 정부는 현재 코로나를 이유로 우리가 모이는 것을 막고 있다. 그래서 밖에 나갈 수도,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도 없다.”

미정│“홍콩 국가보안법이 일국양제를 유지하려고 내린 법이었다면 최소한 홍콩 시민들의 의견을 수합해서 만들었어야 한다. 법이 갑자기 시행돼 적응할 시간도 없었고 민주화에 앞장섰던 인물도 잡혀갔다. 사회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 그전에는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좌담회 중에도 저는 가명을 쓰고 있고, 주디님도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가.”

송희│“이야기를 듣다 보니 홍콩 시민들의 억울함이 이해됐다. 그런데 홍콩인들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기 전, 언론에 중국 정부에 대한 지나치게 많은 비판을 해왔다. 중국 정부나 홍콩 정부에 하는 다양한 의견이나 비판, 조언을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규제하는 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여│“국가보안법은 북경에 있는 중앙정 부뿐만 아니라 홍콩 정부에 있는 정치인들도 참여해서 만들었다. 홍콩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니다. 법을 만들 때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제작했다. 법률을 급하게 제정했다고 해서 불투명하다고 보기 어렵다.”

 

-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통해 지키고자 하는 국가안보가 무엇일까

주디│“의견을 표출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중국 정부의 목표인 것 같다. 목적에 관계없이 그냥 사람들이 모이는 것조차 막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토론이라도 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아여│“방금 주디 님의 말씀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사람들을 모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 상황 때문이다. 요즘은 어디에서도 모이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나.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통해 지키고자 하는 국가안보는 외국 세력이 중국을 분열시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홍콩 시민들의 독립 요구처럼 영국이나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지지를 받아 국가를 분열시 키려는 행위를 막으려는 것 같다.”

주디│“코로나 때문에 모이는 것을 막는 게 아니다. 올해 중국이 신장 위구르에서 소수민족에게 육체노동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중국 사람들은 H&M이나 나이키를 불매하기 위해 시위에 나왔다.”

송희│“주디님께서 말씀하신 신장 면화 사건으로 H&M과 나이키에서 시위한 것은 중국 본토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다. 또, 신장 민중들이 노동 착취당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왜곡 보도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신장 면화를 지지하는 기업의 상품을 배척하고 있다.”

 

- 홍콩과 중국의 이상적인 미래가 뭐라고 생각하나

주디│“나는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나중에라도 중국 공산당에서 벗어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의 쇠퇴를 바란다. 중국 공산당은 모두가 당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송희│“홍콩이 독립한다고 해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공산당이 당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주디 님의 비약이다. 지금은 2021년도다. 집권당이 어느 민중이나 언론이 싫다고 임의로 처벌을 가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

주디│“홍콩이 독립하면 홍콩의 상황이 무조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민주적인 사회를 원하고 우리가 갈 길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약속한 것을 이뤄주지 않는다. 일국양제 50년조차 보장받지 못했지 않은가.”

송희│“중국 본토와 홍콩 지역은 가족 같은 관계다. 똑같은 언어를 쓰고 있고 같은 인종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분열을 천천히 개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디│“언어가 같으니까 같은 나라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영국과 미국 모두 영어를 하지만 같은 국가는 아니다. 지금은 역사적으로 중국 땅이지만 나중에는 홍콩이 독립해서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미정│“자유로운 학습, 토론 분위기가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홍콩 사회나 학교에서 자유롭게 조직을 만들 수 있고 그런 조직들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시민이 정책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 하고 반대 의견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중국과 홍콩 사람들의 관점이 아주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는 서로가 자란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므로 서로 존중하고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2019년, 우리나라 대학가에도 홍콩 민주화를 기원하는 레넌 월이 세워졌다.
2019년, 우리나라 대학가에도 홍콩 민주화를 기원하는 레넌 월이 세워졌다.

 

글 | 유승하·조은진 기자 press@

사진 | 고대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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