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쓰레기통 설치부터

제로웨이스트 물품 제작 실습까지

 

'화이트캠퍼스 안암'의 담배꽁초 쓰레기통이 옆살이길 '춘자' 앞에 설치돼있다.

 

   “광장보다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합시다.” “그렇게 되면 쓰레기통을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적은 게 문제인데.” 17일 줌(Zoom)에 모인 청년들이 열정적인 목소리로 서로 의견을 나눴다. 본교생을 포함해 동국대, 성신여대 등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모인 이 단체는 바로 화이트캠퍼스 안암이다. 화이트캠퍼스 안암은 안암동 골목을 깨끗이 정화하고, 특히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발굴한 다양한 마을 사업을 지원하는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의 일환이다.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은 성북구에서 2012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환경·안전·소통 등 마을 내의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와 필요를 인식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추진한다.

 

'화이트캠퍼스 안암' 부원이 쓰레기통을 설명 중이다.

 

담배꽁초 버리면서 투표하세요

   이주환(사범대 교육20) 씨와 박보영(정경대 행정21) 씨는 지인들과 함께 길거리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는 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주환 씨는 담배꽁초 문제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6월부터 함께 사업 활동을 구체적으로 구상해 안암동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에브리타임과 캠퍼스픽 등을 이용해 활동을 함께할 부원들을 모집했다.

   옆살이길 춘자앞에 설치된 담배꽁초 쓰레기통의 시작은 평범한 스테인리스 통이었다. 통의 앞면을 잘라내고 투명한 유리창을 붙였다. 쓰레기통 안에 담배꽁초가 쌓인 모습을 직접 보여줘 사람들이 길거리가 아닌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버리도록 유도했다. 쓰레기통 내부를 반으로 갈라 왼쪽에는 고대 과잠 입고 신촌’, 오른쪽에는 연대 과잠 입고 안암이라고 써 붙여 꽁초를 버리면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유리창을 통해 양쪽에 쌓인 담배꽁초를 비교해 투표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이 쓰레기통의 묘미다. 주기적으로 투표 내용을 바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화이트캠퍼스 안암은 안암역 근처 뜨락앞에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에코가디언'의 제로웨이스트 제품 제작 실습에서 프로듀스백을 만드는 과정이다.

 

슬기로운 제로웨이스트 생활

   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 소모임 에코가디언은 제로웨이스트를 대주제로 열린마을강좌, 제작 실습, ‘용기내 챌린지등의 활동을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음식이 급증하자,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난 상황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기획했다. 대면 활동이 어렵다 보니 제로웨이스트 물품 제작 키트와 제작 방법을 담은 영상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활동이다. 활동방안으로 제로웨이스트 제품인 이면지 노트’, ‘드링크백’, ‘프로듀스백을 실습 제품으로 선정해 참여자들을 모집했고, 23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보건관리학과 내 소모임인 만큼 학부에서 배운 내용을 사업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선영(동덕여대 보건관리학19) 씨는 환경보건학 수업을 들었는데, 열린마을강좌 주제와 내용 선정 등에서 수업을 통해 배운 환경 관련 지식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학과 교수도 조력자로 나섰다. 안령미(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열린마을강좌 쓰레기 팬데믹과 제로웨이스트교수자로 참여했고, 사업 자문 역할도 맡았다. 안 교수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해보고, 부족한 점은 전공 공부를 통해 보충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며 에코가디언의 활동을 설명했다.

   모든 사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다행히도 참여자들은 활동 후 네이버 카페 슬기로운 제로웨이스트 생활에서 실습 소감을 나눴다. 성북구민 김지애(·41) 씨는 주민센터 입구에서 홍보지를 발견했는데, 평소 매주 아파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양을 보고 심각성을 느꼈던지라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생활화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환경보호 실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박소정(동덕여대 보건관리학18) 씨는 직접 만든 프로듀스백을 들고 장을 보게 됐다.

   “환경문제는 다음에’, ‘언젠가가 아니에요. ‘지금 당장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환경에 보탬이 되는 행동을 단 한 가지라도 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환경 활동가인 거예요.” 안 교수가 말했다. 담배꽁초를 길거리가 아닌 쓰레기통에 버리고, 비닐봉지 하나를 줄여 프로듀스백을 이용하는 것이 환경보호의 시작이다. 성북구민들은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을 통해 환경 활동가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글| 신지민 기자 minny@

사진 | 강동우 기자 ellipse@

사진제공 | 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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