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12시 땡. 1년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날. 카톡 창은 생일 축하 메시지와 선물로 가득하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이름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안부를 묻고, 이내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 짧은 메시지의 왕복만으로 마음이 다 전해졌을까. 왠지 모를 아쉬움과 미묘한 감정들이 남는다.

  가장 빠르고 쉽게 내 마음을 전하는 것.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커머스를 통한 선물은 이제 성의 없는것이 아니라 간편해서 좋은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몇 번의 클릭으로 선물을 고르고 배송지조차 수취인이 직접 입력하게 하는 편리함. 나 또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애용자가 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거라면?’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생기는 걱정들을 미루려 친구가 설정해놓은 위시리스트를 따르기도 한다. 막상 받는 입장이 되면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고맙다고는 하니, 원하는 선물을 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카카오커머스가 밝힌 위시리스트 등록 상품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진 건수는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위시리스트로 주는 사람의 수고를 한 번 더 덜었다.

  이러한 편의 때문에 잊어가는 것이 있다. 바로 내 사람의 취향. ‘그 친구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지?’, ‘요즘 우리 엄만 고단백 식단을 즐기던가?’ 내 사람이 어디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 뭐에 꽂혀있는지 상기해보지 않는다. 클릭 몇 번이면 해결될 일이니 말이다.

  얼마 전 편집국에는 마니또 붐이 일었다. 열흘 동안 기자들은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정체를 밝히며 5000원 이내의 선물을 주고받았다. 자신의 짝이 행복해할 모습을 상상하며 수차례 고민하지 않았을까.

  선물 고르는 일은 역시나 성가시다. 그래도 즐거운 고민거리였으면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의 취향을 생각해보고. 그러고 나선 포장지와 종이가방을 고르고, 언제 어디서 선물을 전할지 만남을 약속하던 예전의 방식이 가끔은 그립다.

 

정채린 미디어부장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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