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사업자 간 신뢰가 구독경제의 핵심입니다”
“소비자와 사업자 간 신뢰가 구독경제의 핵심입니다”
  • 김민재 기자
  • 승인 2021.09.05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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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 인터뷰

  김태욱(남·21) 씨는 면도날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이 주기적으로 문 앞에 배송되니 매우 편해요.” 구독경제 덕분에 물건 선택으로 고민할 필요도, 물건 구매를 위해 밖으로 나갈 필요도 줄었다. 편리성을 강점으로 구독경제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꽃 정기구독 업체 ‘꽃은 언제나 옳다’의 서진경 대표는“꾸준히 꽃을 사가는 고객층이 생겨 남아서 버리는 꽃 없이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구독경제로 탄탄한 수요층 확보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구독경제 이용 중 겪는 피해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구독경제 서비스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어떤것인지를 정영훈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에게 물었다.

정영훈 연구원은 소비자가 "구독경제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에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공백으로 소비자 피해 잇따라

정확한 수요 예측이 사업의 관건

“대기업 플랫폼 종속 문제 경계해야”

  #대학생A씨는지난달 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료체험으로 등록해놓은 B사의 책 정기구독 상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3달 치나 결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직장인 C씨는 과거 구독한 사진편집 프로그램의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1년의 약정기간이 있으니 남은기간의 절반 치 구독료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독을 시작할 때 는 약정기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기에 황당했다.

  국내 구독경제 시장이 약 40조원까지 성장하면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 소비자원에 앞선 사례와 유사한 소비자 피해와 구제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정영훈 한국소비자원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소비자와 사업자가 상호 신뢰에 기반해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구독경제의 장기적 방향” 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피해 사례에는 무엇이 있나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는 정기 결제 서비스를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 문제다. 이 위약금이 일반 상품에 비해 높거나 환불을 아예 거절하는 사례도 있다. 이 밖에도 소비자에게 일반 상품 대 비 구독서비스의 가격을 왜곡해 제시하거나, 고의로 서비스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넷플릭스 같은 무제한 이용형 상품은 소비자의 권한 범위에 대한 사전 고지를 누락시키거나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또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 서비스 내용이나 구독료를 변경해 피해가 발생한다. 미술품 정기구독 같은 추천형 상품의 경우는 소비자가 제품의 질에 만족하지 못해도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배송의 정확성이 중요한 정기배송형 상품은 배송 오류가 발생 하거나 가격 변동 및 잘못된 가격 책정으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한다.”

 

- 소비자 피해의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소비자 피해는 주로 법적 공백으로 발생한다. 소비자가 무지하거나 부주의한 탓도 있지만, 기업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비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다크넛지가 합법한 범위에서 종종 이뤄진다. 시장 장악을 위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로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위약금을 숨기거나 무료체험 후 소비자에게 별도의 안내 없이 결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이 법적으로만 따지면 문제가 없기에 소비자원에서 시정을 권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법과 거래약관이 충돌해 발생한 법적 공백도 있다. 넷플릭스나 Adobe 등 글로벌 사업자는 구독경제와 관련된 국내법에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Adobe 거래 약관에서는 1년 계약 후 중간 해지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계속적 거래법과 상충된다. 구체적 해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법 은 일정 위약금을 내고 20~30%는 소비자 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비록 소비자가 사업자와의 약속을 어겼지만, 법적 공백으로 피해가 발생했기에 글로벌 사업자도 위와 같이 조치하도록 권고한다. 정부와 기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감시 및 조치 등소비자에게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동시에 법적 공백을 지우기 위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다.”

 

- 구독경제 사업자가 실패하는 사례는 없나

  “2017년 미국의 무비패스가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월 9.95달러(한화 약 1만1500원)만 지불하면 영화관에서 매일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상품을 내놓으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예상보다 많아진 수요에 값싼 구독료가 발목을 잡으면서 무비패스가 영화관에 지불할 돈이 많아졌다. 이에 구독료를 인상해야 했고, 가성비에 매력을 느꼈던 소비자들이 이탈하면서 2020년 1월 파산했다. 구독경제는 정확히 예측된 수요를 바탕으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머지포인트도 위와 비슷한 사례다.이들은 일종의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거래금을 키웠는데, 크지 않은 자본금을 가진 회사가 머지포인트를 시장에 많이 푼 상황에서 소비자가 집단으로 환불을 요구해 문제가 생겼다. 아직은 구독경제 시장이 확장되는 단계라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 구독경제 시장 내 독과점의 우려도 있던데

 “구독경제 시장 내 독과점은 대기업의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할 것이다. 최근 출시된 네이버의 ‘프리미엄 콘텐츠’나 카카오의 ‘구독ON’은 구독경제 사업자와는 별개의 구독경제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꽃을 정기 배송하는 사업자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꽃이 필요한 소비자를 찾아 연결해주는 카카오, 네이버, SKT 등이 구독경제 플랫폼이다. 디지털 구독 콘텐츠는 이미 넷플릭스, 멜론 등 대기업의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했다. 디지털 상품들은 빠른 배송이나 접근성 등 시공간적 요소에 제한받지 않기에 자본으로만 서비스 품질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유리한 위치에서 디지털 상품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반면 식료품 배송이나 일상 취미용품 등 일반 상품시장은 아직 시장 확장단계라 플랫폼에 종속돼 발생한 문제는 적다. 오히려 중소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플랫폼이 연계해줘 자영업자의 매출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구독경제 시장이 커지면서 플랫폼 기업이 구독경제 산업에 자리 잡는다면, 배달 앱 시장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따라서 구독경제는 배달 시장을 잘 참고 해야 한다. 이미 배달 시장엔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개 플랫폼이 시장을 차지했는데, 구독경제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 배달 시장에선 플랫폼이 가져가는 과한 수수료문제, 또 플랫폼과 사업자 사이에 갑을 관계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다.”

 

- 앞으로 사업자와 소비자는 구독경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소비자에게 구독경제는 매력적인 서비스다.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게 해 소비의 문턱을 낮춘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결제하는 서비스들이 쌓이면 불필요한 지출이 생긴다. 또,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서는 낮은 가격에 이끌려 쉽게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현재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마케팅 및 경영전략도 재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들은 면밀히 사업자를 판단해야 한다. 진짜 필요한지, 비용은 적절한지, 업체는 믿을 수 있는지 살피고 무료체험이 있다면이를 통해 미리 가성비를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부터 이해해야 한다. 구독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적 거래이므로, 소비자가 가진 기대를 꾸준히 만족시켜야 한다. 또, 생각보다 잠시 체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1~2회만 구독 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런 심리를 고려한 단기상품, 그리고 장기 구독자를 위한 상품을 개별로 준비하는 경영전략도 필요하다. 소비자가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면 사업자는 그에 맞는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구독경제의 원리다. 이들이 서로 믿고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시장 구조가 앞으로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현재는 소비자 피해에서 위약금이 주된 문제지만, 앞으론 구독경제 확산에 따른 과다한 지출이나 대기업에 의한 플랫폼 종속 문제를 맞닥뜨릴 것이다. 최근 윤리적 소비가 중시되고 있으니, 사업자는 소비자가 과한 지출을 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추후 플랫폼이 큰 몫을 가져가는 시장 구조가 생긴다면 대기업 플랫폼에서 이윤을 사업자와 적절히 나눠 갖는 윤리적 경영에 동참해야 한다.”

 

 

글│김민재 기자 flowerock@

사진│문도경 기자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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