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이 화두인 시대다. 뻔하고 지루한 것으로 생각됐던 ‘일상’이 갈망의 대상이 되었다. 국어사전 예문엔 ‘시간에 쫓기는’ ‘권태로운’ 일상만 등장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바라는’ 일상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코로나 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순간 을 꿈꾼다. 그때는 몇 명이든 관계없이 과 동기, 동아리 선후배들과 모일 수도 있고, 방학 때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도 된다. 하지만 밀렸던 모임과 여행 후에는 저마다 여러 갈래의 터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으로서의 ‘진짜 일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잊었지만 이전의 일상은 녹록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보통의 일상생활을 바랐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재수생, 군 복무, 아내의 임신 때가 그랬다. 수능시험이 끝났을 때, 부대 정문을 나섰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순간들만큼은 한없이 기뻤다. 하지만, 이어지는 취업 경쟁, 일과 삶의 불균형, 육아와 업무 스트레스가 일상이 되었고, 꾸역꾸역 버티거나 매 순간 탈출을 꿈꾸는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19가 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우리나라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한 국가로 말하지만, 국가가 성공할수록 우리의 삶은 점점 이와 괴리된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만 봐도 그렇다. OECD 국가 중 나쁜 건 일등, 좋은 건 꼴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자살률, 노인 빈곤율, 연간 노동시간 등 나쁜 지표는 단연 선두권이지만, 출산율,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삶의 질을 뒤로 미뤄두고 나라의 성장에만 몰두했던 결과다.

  코로나 19는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K-방역과 한국 경제는 세계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데, 개인의 삶의 질은 더 나빠지고 있다. 취업난은 더욱 심해졌고 아이들과 어르신을 돌봐줄 곳이 없다. 몇몇 대기업이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다수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폐업 위기를 맞았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대부분은 소득이 감소했지만 고소득층의 일부는 오히려 소득이 늘었다. 과거처럼 빈민에 대한 구제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삶의 질이 위협을 받고 있다.

  코로나 19가 끝난다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일도 없고, 코로나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문제가 해결될 기미도 없다. 단순히 일상 회복을 꿈꿀 때가 아니다. 어떤 일상을 만들어 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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