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파리드 자카리아

 

  “대학에 진학하되 도중에 중퇴해야 한다. 낮에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밤에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또 테크놀로지 회사를 창업해서 공개해야 한다. 이것은 요즘에 새롭게 정립된 아메리칸 드림이다.”

  세계화의 영향 때문일까?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은 한국에서 성공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대학 중퇴만 제외하면.

  어쩌면 한국 대학생들은 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표와 각종 스펙 보고서까지 획득할 것을 요청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대학에 들어와서 “풍족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 반드시 피해야 할 금기는 교양과 관련한 학문을 전공하는 것”인지 모른다. 가령 인문학과 관련한 전공이 그것이다. 굳이 전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공 외에 따로 교양 과목을 찾아 듣는 것은 이 시대에 참으로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르겠다. 핵심 교양이야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듣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과연 그럴까? 과거엔 쓸모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21세기 대학에서 교양 과목과 인문학은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어진 것일까? 인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예일대학교를 거쳐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은 CNN에서 <파리드자 카리아 GPS>를 운영하며 국제정세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21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21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외교정책 자문가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한글로 번역된 제목엔 오해의 소지가 많다. 원제목은 <교양 교육을 위한 변호 (In Defense of a Liberal Education)>인 데, 이상하게 한글은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로 달렸다. 일종의 ‘하버드’ 마케팅의 소치인 듯싶으나, 심각한 오역이다. 자카리아는 기능 중심으로 재편된 대학이지만 여전히 교양 교육이 지닌 전통과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MOOC나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처럼 새로운 형태로 전개된다 하더라도, 대학의 교양 교육은 기본적으로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호기심’을 배양하며, ‘삶의 의미와 관련된 원대한 의문’을 탐구하게 하며, ‘지적 모험’을 감행할 용기와 배짱을 요구한다. 이것이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어져 오는 교양 교육의 의미이자 ‘쓸모’일 것이다.

  자카리아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 학기 수강 과목 선택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졸업 전에 하나라도 더 의미 있는 교양 과목을 듣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면 좋겠다. 나 역시 현재 새로 개발하는 핵심교양을 좀 더 정성껏 만들고 싶어졌듯이. 코로나로 혼란스러워 보이는 상태에서 다시금 제자리를 소망하게 된다. 대학은 대학답게, 교육은 교육답게, 교수는 교수답게, 그리고 학생은 학생답게.

 

조영헌(사범대 교수·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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