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지에서는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찾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결과, 취업 시장에서의 대학생의 모습은 모순의 연속이었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도 현장에서 필요한 ‘반도체 공정실습’을 배우기 위해 4회에 65만 원을 내기도 하고, 경영학을 전공하면서도 경력을 쌓기 위한 학원을 따로 다닌다.

  대학에 진학하면 모든 것을 대학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그 이유에서 대부분의 수험생은 입시에 전부를 쏟아붓는다. ‘대학만 가면 지금의 희생이 빛을 보리라’.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또 다른 목표를 위해 학생들은 또다시 학교 밖에서 도움을 청한다. 대학에서 눈을 돌려 살길을 찾아야 하는 이러한 현상은 현재 대학의 교육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날로 심해져서가 아닐까.

  50년 전의 인재상과 지금의 인재상은 많은 변모를 거쳤다. 그럼에도 대학의 전공 정원과 커리큘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은 이공계 전공생을 채용하더라도 현장에서 쓰는 기술을 하나도 몰라 1년은 가르치는 시간으로 써야 하다 보니, 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 이다.

  인문계는 뽑아서 가르칠 엄두도 못 낸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도피처가 될 수 있는 이중 전공에 목을 맨다. 취업을 위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은 정해져 있다. 모두가 알지만, 수업과 교수진의 수는 미동도 없다. 수요와 괴리된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야만 그럭저럭 채용시장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채 전멸의 시대다. 언제까지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닌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때아닌 믿음 뒤에 숨어있을 텐가. 쓰임이 없는 진리는 허상이다. 살길이 마련돼야 지성도 키우는 것이다. 간절히 원해 들어온 학교와 학과라도 취업이 어려운 학과에서는 진심을 다해 학문에 정진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미래를 걱정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가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대학과 학생이 마주한 현실은 냉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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