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부조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드라마 ‘D.P.’가 연일 화제의 중심이다. 배우들의 실감 난 연기가 실제 내무반의 모습을 잘 담았다는 반응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작금의 군대문화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요즈음 군대는 좋아졌다며, D.P.가 그려낸 모습은 이제 보기 드물다는 의견도 맞선다. 국방부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군내 자살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2011년 97명에서 2012년 72명, 2019년 62명, 2020년은 42명으로 집계됐다.

  그럼 왜 우리는 D.P.에 불편해하는 걸까. 아무래도 군 문화는 우리가 살고있는 한국사회 속 구조와 낯설지 않은 듯하다. 사실 군대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수직서열 문화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D.P. 드라마는 주인공 ‘안준호’가 피자 배달을 하며 피자집 사장과 손님에게 갑질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혹행위를 일삼던 ‘황장수’ 병장도 전역 후 편의점 알바를 하며 사장에게 주눅 든 사람으로 그려진다. 내무반 피라미드의 제일 정점에 있던 그가 말이다.

  군대는 사회와 공간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격리된 독특한 곳이기도 하다. 상명하복식 문화를 유지해온 군대는 ‘인간 존엄성’보다 ‘계급’이 우선되는 또 다른 하나의 사회다. 그렇기에 복무기간 중에 서열문화에 길들여진 전역군인들은 실제 사회와 군대 간의 괴리를 극복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 ‘까라면 까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전역’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린 그들은 사회에 나와 발걸음의 방향과 속도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같고도 다른 군대와 사회는 서로 연결된 공간이다.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개인 사이에 서열이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문제는 서열의 기준이 되는 가치이다. 군대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계급문화가 사람을 위협할 때, 우리는 그 가치의 무게를 고민해봐야 한다.

  D.P. 마지막쯤에 안준호는 자신이 처음 맡았던 탈영병의 납골당에 가서 우연히 그의 누나를 만난다. 군대 내 폭력 피해자의 누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 그렇죠?”

  군대는 앞으로도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러니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도 목격자라고.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고. 적어도 사람의 생명이 우선순위에 서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진서연 문화부장 stan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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