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편견과 배제 만연해

생산성 중시하는 경향이 심화시켜

“복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균열”

20대 대학생 16명에게 우리 사회 속 노인에 대해 물었다.

 

  올해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율은 16.9%.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는 5년째다. 통계청에서는 2025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한편엔 노인이라면 쓸쓸하거나 고단할 것이라는 각종 선입견과 ‘틀딱’으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표현이 만연하다. 심지어는 최근 10대 5명이 60대 노인을 폭행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고령층의 인구가 늘고 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눈길은 싸늘하다.

  김주현(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노인을 향한 인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차별받는 입장이 되기 어려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과는 달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늙어서 노인이 된다. 즉 현재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미래의 자신이 직면할 수 있기에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시선을 빌려 우리 사회 노인인식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20대 대학생 16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늙는 것이 두려운 청년들

  “수명은 길어지지만, 노후를 대비하기엔 턱없는 현실에 걱정이 앞서요.”

-이은교(숙명여대 미디어20)

  “경제적 자립도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인간관계 맺기도 어려울 것 같아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요.”

-백채원(문과대 언어20)

 

  청년들은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이들이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춘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의존적인 존재가 될 것을 우려하는 응답이 많았다. 장모(서울대 영문20) 씨는 “나도 언젠가 지금의 노인처럼 국가의 과제이자, 청년들의 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건강문제와 더불어 경제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부분 취약계층처럼 보여요.” 오세희(문과대 노문21) 씨는 말했다. 청년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노인을 부정적인 존재로 평가하고 있는 경향이 있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청년들 사이에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늙는 것이 두렵다고 답한 청년들 대부분은 현재 우리 사회의 노인들에 대해서도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렸다. “노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힘없고 경쟁력을 잃어버린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오세희 씨는 말했다. 노인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은 때론 혐오로도 이어진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원장=지은희)에서 20~30대 청년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인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가 ‘틀딱’, ‘연금충’ 등의 노인혐오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노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만연한 사회에 대해 김주현 교수는 "성차별주의, 인종주의와 같이 특정 계층에 부정적 편견과 배제를 가하는 연령주의가 사회에 자리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주의는 단순히 노인을 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연령을 기준으로 개인의 능력과 태도를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운전을 막거나 특정 시설에 출입을 금지하는 사례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노인에 대한 연령주의가 문제인 것은, 언젠가 자신이 마주하게 될 상태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주현 교수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노인을 연령주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을 넘어 노인 스스로 자신을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비관하기 시작한다면, 노인에 대한 소외와 차별은 일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용 중시가 노인 소외시켜

  “사회에 효용 가치가 있는 노인이 되고 싶어요.”

-백채원(문과대 언어20)

  “꾸준히 제 역할을 수행해 존경받을 수 있는 노인이 되고자 해요.”

-김유진(성균관대 스포츠과학20)

 

  현재 노인의 삶을 비관적으로 평가한 청년들은 어떤 노년기를 보내길 원할까. 노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안쓰럽고 약하다는 키워드가 떠오른다는 장모 씨는 “제가 설명한 노인 이미지가 되지 않고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의 삶을 쓸쓸하고 무기력하다고 평가한 것과는 정반대의 삶을 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효용과 생산성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사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회적 가치가 효율성에 집중됐고, 상대적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중심에서 밀려났다. 김주현 교수는 “여성이나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향한 인식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노인은 오히려 성장에 방해되는 존재로 여겨져 주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인간의 쓸모를 판단하는 생산성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노인을 청년의 노동으로 이룬 경제적 성과로 혜택을 받는 계층이라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도 있다. 석재은 교수는 “노년기를 비생산적 인생 주기로 간주하고, 노인을 책임과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기보다 사회적 부양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인복지, 청년에겐 부담이다

  “노인들을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청년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느낌이에요.”

-김민혁(연세대 치의예21)

  “젊은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 과거만큼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노인복지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많이 들어요.”

-김지윤(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20)

 

  노인복지가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20대들도 많았다. 노동호(국민대 자동차IT융합학20) 씨는 “노인을 뒷받침하는 복지가 필요함을 안다”면서도 “노인 인구가 많아져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양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 인권종합보고서’에서도 청·장년응답자 500명 중 77.1%가 ‘노인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증가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 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에 일부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석재은 교수는 “이러한 현상들은 젊은 세대에서 노인복지와 청년의 몫을 제로섬 관계로 여기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노년 세대를 위한 복지를 늘릴수록 젊은 세대의 연금부담이 늘고 이후 세대는 연금급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201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부담 비중은 12.2%로 OECD 평균(20%)을 밑돌았다.

  노인의 몫이 커지면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념은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석재은 교수는 “복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금과 같은 세대 간 계약은 국가의 보증과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존속한다. 청년들도 노인이 되면 다음 세대가 부양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청년들은 당장 일자리 전망이 밝지 않아 불안하기에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앞으로 짊어질 부담만 생각하게 된 청년들에게 결국 남은 것은 노인에 대한 피해의식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의 노인 문제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미래에 맞닥뜨릴 문제기도 하다. 세대와 사회에 대한 거시적인 시선으로 노인세대를 바라보는 관용이 더 요구되는 시기다.

 

글│김민재 기자 flowerock@

인포그래픽│유보민 기자 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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