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한 성찰적 움직임이 계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군대 부조리 문제의 온상과 원인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군대 부조리는 왜 없어지지 않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군대 부조리가 쉬이 사라지지 못하는 이유는 ‘집단’이 ‘개인’보다 우선시되는 군대의 본연적 속성 때문이다. 국군 전체가 되었든, 대대 하나가 되었든, 군대는 전체 ‘집단’이 굴러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며, 이를 위한 수직적 질서 체계가 잡혀 있다.

  실제로, 군대 내 ‘부조리’는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여겨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 처벌하기가 어렵다. 물론 명백한 부조리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라져야 한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 이상의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이 꼭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군대 내부의 일상에서 집단의 운영을 위한 정당한 ‘지도’와 ‘부조리’한 행태를 판별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군대 내부에서 선후임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식당이나 근무지 등지를 다니는데, 아무도 경례를 받아주지 않는다.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후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꽤 흔하게 펼쳐지는 이 상황에서 분명 눈에 보이는 폭력은 어떠한 것도 가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피해에 대한 항의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부조리와 그로 인한 피해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 대책으로, 군대 내에서도 개개인에게 충분한 삶의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 가장 단순한 조치는, 개인 여유를 즐길 시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군 복무 당시 종종 주변인들이 힘들어했던 것 중 하나가 혼자서 편하게 있을 공간이 ‘화장실 변기 칸’ 말고는 아예 없던 것이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 외에도, 군 내부에 동아리나 개인 공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 시설 등 개인의 삶을 위한 해방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명백한 부조리들을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군대 내의 스트레스와 폐쇄적인 환경으로부터 해방될 기회를 실질적으로 모든 내부 구성원에게 주는 것이 부조리들을 막고 예방하는 데 필요하다.

 

황승환(보과대 보건정책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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