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별점: ★★★★★

한 줄 평: 시작부터 끝까지 심장 졸이고 보게 되는 영화


 

  (주의: 이 영화에는 잔인한 장면이 다수 등장합니다.)

  ‘시카리오’는 스페인어로 암살자를 뜻하며, 영어로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을 칭할 때 사용되는 단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미국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일견 흥미로운 액션 영화처럼 보일 수 있으나,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간단해 보이는 줄거리 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얽혀 있다. 납치사건 전담 FBI 요원인 ‘케이트’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납치당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다. 사실 사건은 단순 납치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경찰들은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 CIA에서는 이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작전팀을 꾸리고 케이트는 이에 합류한다.

  작전이 진행되어 가면서 케이트는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느낀다. 요원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카르텔 조직원들을 사살하며, 잔인한 고문을 하는 등 불법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FBI는 CIA와 달리 국내에서만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경찰 같은 조직이다. 원칙주의자인 케이트는 작전에 불만을 느끼고 항의해 보지만 그녀의 말은 무력하게 흩어진다. 관객은 혼란스러운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참담한 모습을 직면한다.

  영화에선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멕시코의 부정부패와 카르텔의 횡포, 그리고 똑같이 폭력을 행하는 미국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낼 뿐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 관객들은 단지 넋을 놓고 영화를 지켜보게 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자칫하면 산발적일 수 있는 내용에 무게감을 더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심장 박동 같은 낮은 북소리가 영화 내내 반복되며 관객의 심장을 조여온다. 이때의 긴장감은 같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서 느껴지는 박진감과는 다르다. 주인공이 모든 걸 해결해낼 것임을 알고 보는 쾌락적인 긴장감이 아니다. 현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몰입감, 당장 누군가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압도감과 공포가 느껴진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이런 게 바로 내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라고 평했다. 이에 더하자면 이 영화는 후유증이 최소 3일간 간다. 영화 속에서 마주한 수많은 폭력과 모순, 멕시코의 암담한 현실, 부패한 멕시코 경찰, 선을 가장한 미국의 개입 등에 대해 계속해서 곱씹게 된다.

  의미 있는 주제, 훌륭한 연출, 수준 높은 액션에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다운 영화다.

 

이하림 (심리학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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