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콘텐츠로··· ‘K-애니’의 확장
모두를 위한 콘텐츠로··· ‘K-애니’의 확장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1.09.27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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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변천사

다양성 부족한 국내 시장

OTT 기반 2차 창작물 흥행

웹툰 활용해 대중성 잡아

 

2003년 방영을 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
2003년 방영을 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검정 고무신>, <뽀롱뽀롱 뽀로로>, <선물공룡 디보> 등 우수한 창작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2000년 이후 성장해왔다. 하지만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대부분의 제작사가 아동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에 주력해 애니메이션 시장의 콘텐츠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로 2020년 방영 중인 한국 애니메이션 인정 작품들의 대부분은 공룡, 자동차 캐릭터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국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갖게 된 이후 성인용 애니메이션은 거의 등장하지 못하고, 성공 사례도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계는 시청 타겟층을 확대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추세다. <신의탑>, <기기괴괴> 등 유명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해 뮤직비디오, 숏 예능 콘텐츠와 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스타트업 ‘투니모션’의 조규석 대표는 “OTT에 익숙한 성인층 확보를 위해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콘텐츠 스펙트럼을 넓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용 애니 쏠림에 다양성 저하돼

  2003년 방영을 시작한 <뽀롱뽀롱 뽀로로>는 대표적인 국내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EBS에서 시청률 5%를 기록하고, 전 세계 120여 국에 수출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극지방의 마을에 사는 펭귄 ‘뽀로로’와 동물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바른 생활 습관을 유도하고 배려심에 대한 교훈을 다양한 에피소드에 담았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성공 이후 국내에서는 <선물공룡 디보>, <냉장고나라 코코몽>등 아동용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이 연이어 제작됐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해피업 스튜디오’의 이승용 이사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교육을 접목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수요를 높이는 데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 TV 애니메이션 시장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는 그 위상이 높지만, 아동용 콘텐츠에 매몰되면서 소재의 중복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한창완 교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크게 흥행하면서, 제작사들은 성공이 보장되는 아동용 콘텐츠에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 TV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어린이 TV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국내에선 애니메이션 자체보다 캐릭터 라이선스를 이용한 완구사업 등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완구사업 수익의 비중이 큰 만큼,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기획 단계부터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로봇, 공룡 등과 같이 인기가 보장된 소재들을 주로 선정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캐릭터 애니메이션인 <로보카 폴리>의 제작사 ‘로이비쥬얼’은 전담 상품개발팀을 만들어 교육용 완구 ‘로보카 폴리 에듀 토이’와 같은 애니메이션 굿즈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승용 이사는 “국내 애니메이션 사업은 해외에 비해 영상 판권료가 낮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는 부가사업에서 오는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통해 시청 타겟층 넓혀

  지상파 방송사에서 특정 시간대에만 한정적으로 방영되던 과거와 달리, 1995년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인 ‘투니버스’가 개국하며 애니메이션의 방영 형태는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플랫폼이 인기를 끌며 애니메이션 방영 매체와 시청 방식이 다변화됐다. 한국콘텐츠진흥협회가 발표한 ‘애니메이션 사업 백서’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비율은 2018년 64.1%에서 2020년 73.7%로 증가했다.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들은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TV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창작자의 자유로운 제작이 보장돼 제약이 덜한 OTT 플랫폼에서 다양한 2차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포텐독>의 제작사인 ‘레트로봇’은 ‘똥 밟았네’라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해, 조회수 999만 회를 달성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똥 밟았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K-POP 안무를 활용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직캠’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이 영상으로부터 ‘틱톡’ 플랫폼을 활용한 커버 댄스 챌린지, 유명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의 패러디 영상들이 연이어 양산됐다. 한창완 교수는 “유튜브 플랫폼에 익숙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제작사들이 새로운 애니메이션 장르와 콘텐츠들을 실험하기 시작했다”며 “유튜브 중심의 한국 애니메이션과 한류 문화의 융합은 국내 애니메이션만의 독특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OTT 플랫폼들은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애니메이션 제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추세다. 넷플릭스의 경우, 2020년 애니메이션 시청 시간이 전년 대비 50% 성장한 만큼,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협업해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미르’는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 최초로 넷플릭스와 계약을 체결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스튜디오 미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위쳐>의 애니메이션 버전 <위쳐: 늑대의 악몽>의 제작 총괄을 맡았다. <위쳐: 늑대의 악몽>은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전 세계 종합 시청 순위 2위에 오르며 한국 애니메이션 표 콘텐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조규석 대표는 “OTT 플랫폼은 독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 기업은 완구사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양질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기회를 제공받는다”고 전했다.

 

웹툰 기기괴괴 를 원작으로 둔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웹툰 <기기괴괴>를 원작으로 둔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로 관객층 확보

  넓은 연령대의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중성과 시장성이 보장된 웹툰을 애니메이션화함으로써, 아동에 머물러 있던 시청 연령대를 넓히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개봉한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에피소드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 해당 영화는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보스턴 사이언스픽션 영화제에서 ‘최고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등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외에도 네이버 인기 웹툰 원작의 <노블레스>, <마음의 소리> 등의 작품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작품들 모두 전 연령대에 큰 사랑을 받고, 일본과 프랑스 등에 수출되며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조규석 대표는 “웹툰 시장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주요 고객은 구매력이 있는 성인층”이라며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사업은 성인이 주력 관객층이라 국내 애니메이션의 소비연령층이 성인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진 로커스 싸이더스 애니메이션 본부장도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작품의 분포와 관객층이 비교적 낮은 연령대로 집중돼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다양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포스터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포스터
네이버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네이버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실사 드라마나 영화에 애니메이션이 활용되기도 한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국내 드라마 최초로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형태로 제작됐다. 실사 콘텐츠에서 나타내기 힘든 세포 캐릭터들을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3D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황수진 본부장은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통해 실사 드라마 속에서 세포들의 움직임과 다채로운 색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과 마주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사업에 대한 대중의 편견과 한정적 인식의 변화를 도모하려면, 결국 콘텐츠와 장르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한창완 교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다양한 장르 애니메이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들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 황수진 본부장은 “애니메이션은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 모두에게 각기 다른 판타지와 낭만을 전하는 유일무이한 콘텐츠”라며 “나날이 성장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응원하며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 | 이주은 기자 twoweeks@

사진출처 | 로커스 싸이더스 애니메이션, 티빙,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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