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술실 내 CCTV 의무적 설치에 관한 소고(小考)
[시론] 수술실 내 CCTV 의무적 설치에 관한 소고(小考)
  • 고대신문
  • 승인 2021.09.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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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희 인하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인하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실에서 무자격자에 의하여 대리 수술이 이루어지거나 공장형 수술이 시행되는 사건, 마취된 혹은 마취 회복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환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수술실은 위생상 무균 조작이 요구되므로 의료인과 환자 이외의 자의 개입을 불허하고 외부와 차단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환자는 수술을 위하여 마취가 된 상태이므로 수술실 내의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고 의사표현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수술실이라는 공간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정보가 대등하지 않은 측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제21대 국회에서는 관련 조항을 의료법 내에 신설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김남국 의원, 안규 백 의원, 신현영 의원 각 대표발의)이 계류 중에 있다. 계류된 입법안에서 수술실 내 CCTV를 도입하는 방식은 대부분 환자·보호자의 수술 등에 대한 촬영요구 시 의료인에게 촬영거부 권한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의무적으로 촬영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의료계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계기가 된 사건들은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 일률적으로 수술실 내 CCTV의 설치 의무화는 환자와 의사 간 관계를 감시와 불신으로 변질시켜 의사가 수술을 기피하는 등 방어 진료를 유발할 수 있고 수술 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수술실 내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국외의 입법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수술실 내 CCTV 의무적 설치의 입법화는 의료인의 일탈 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도입의 정당성은 충족될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 범주 내에 있는 수술 결과에 대하여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고, 의사가 중증질환에 대한 수술을 기피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야기된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를 고려할 때, 그 우려 사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술실 내부 촬영의 효과에 근접하는 입법적 효과를 달성할 적절한 대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첫째, 대리 수술이나 공장형 수술을 방지하는 방법은 수술실에 출입하는 의료인에 대한 관리를 통하여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한편 수술실에 대한 엄격한 출입 통제 및 관리 방안 - 해당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 등을 사전에 선정해 이들만이 제한적으로 출입하도록 하고, 수술실 출입을 위한 허용정보는 대체 불가능한 생체정보(안면ㆍ안구, 음성 등)를 이용하거나 시스템을 통해 동시 출입을 예방하는 방안 등 - 과 연계되어야 한다.

  둘째,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입법안은 기본적으로 환자·보호자의 촬영 요청 시 의료인의 동의 여하를 묻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의료인의 인격권과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기에 합리적인 요건 하에서 조율될 필요가 있다. 즉, 비응급수술의 경우 의사가 사전에 수술 기술의 독창성으로 인한 기밀 보호 요청이나 난이도에 비추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수술실 내 CCTV 촬영이 불가능한 사정을 고지하고 환자가 이에 동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촬영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술실 내 CCTV의 설치 위치나 촬영 방식도 제도의 도입 목적에 비추어 수술기구 근처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의료진의 동선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수술 자체에 대한 동영상 등 영상정보는 기존에도 환자에게 제공했으므로 이를 근접하여 촬영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할 때의 그 위치는 통상의 CCTV와 동일하게 천장 구석 등으로 하고, 촬영 방식도 전체 공간을 조망하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수술실에 CCTV가 의무적으로 설치되더라도 수술이 큰 문제 없이 종결되거나 의료사고라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제도 도입의 실익이 예측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가 유발된 일련의 사건의 주요 쟁점은 부적격한 자의 수술실 참여나 수술행위 외에 부적정한 행위 여부였다. 이를 감안한다면 철저한 수술실 출입통제와 관리방식을 마련하고 성범죄 등을 행한 의료인에 대한 실효적 제재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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