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순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사회학 박사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대면서비스업, 특히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의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영세한 소규모 자영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년에는 2019년에 비해 소상공인 폐업이 2.5배 증가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많은 자영업자가 실업과 빈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대처하려면 먼저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 정책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한계를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와 전통적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자영업을 둘러싼 노동시장이행이 빈번해졌다. 이러한 자영업으로의 빈번한 진입과 퇴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더 나은 상태로의 이행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Schmid(1998)가 전통적인 노동시장정책과 실업보험제도가 노동시장이행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행노동시장론은 노동시장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에 주목하고, 노동시장정책과 사회정책이 그러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생애에 걸쳐 더 나은 상태로의 이행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이행은 흔히 5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자영업을 둘러싼 노동시장 이행에서는 자영업자에서 임금 근로자로 전환되거나 업종전환한 경우, 자영업자가 실직한 경우, 자영업자가 교육훈련에 참가하는 경우, 자영업자가 가사활동 및 육아로 일과 병행하거나 일을 (잠시라도) 그만두는 경우, 자영업에서 은퇴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자영업을 둘러싼 노동시장이행에 대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정책과 고용보험제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체로 서구 선진국에서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프로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구직서비스와 직업훈련에 대한 지출이 증가 추세에 있다. 한국의 경우는 구직서비스와 직업훈련에 대한 지출 비율이 2016년 OECD 평균의 3분의1 미만의 수준에 그친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취로사업을 통해 부족한 소득보장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을 취해 왔기에 고용보조지출이 높다. 이런 방식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일자리로 숙련향상이나 기술습득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자영업자 고용보험제도를 이행노동시장 관점에서 평가해 보면, 자영업자 전직지원, 구직급여, 내일배움카드제를 포함한 직무수행능력 향상지원에 그치고 있다. 고용과 가사활동 간의 이행과 고용과 은퇴 간의 이행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게다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의하면 임의가입제도인 자영업자의 고용보험은 그 가입비율이 0.4%(2019년)로 매우 저조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지원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다. 

  고용과 가사활동 간의 이행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는, 많은 서구 국가들처럼 우리나라 역시 고용보험제도 가입을 통해 2022년부터 자영업자에게 육아휴직제도의 적용이 확대된다. 그럼에도 현실은, 자영업자의 저조한 고용보험 가입으로 무급가족종사자이거나 미등록 사업자 또는 노동여건상 제약 등으로 많은 이들이 제도권 밖에 있다. 고용과 은퇴 간의 이행에 대한 지원과 관련한 자영업자 지원정책으로는 무엇보다도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노후 소득보장이 핵심이다. 

  현재, 중소기업청 산하 노란우산공제회와 국민연금제도의 이원적 지원체계로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노후소득보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폐업, 퇴직, 노령 등에 따른 생계위협으로부터 생활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38% 정도에 불과해(2018년), 영세자영업자 대부분이 배제되어 있다. 더욱이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낮은 투자로 인해 저생산성, 저기술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영세자영업자는 실업과 빈곤의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자영업자로 진입하고 자영업자가 다시 임금근로자로 전환되거나 가사활동 영역으로 이행되며, 조기퇴직자가 준비 없이 자영업으로 진입하여 부채나 폐업 등으로 빈곤한 은퇴기를 보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행노동시장 관점에서 종사상 지위가 변화되더라도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포괄적인 노동시장 정책 및 사회보장정책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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