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실한 굿즈 구매자다. 유명 브랜드의 마크를 단 굿즈들은 내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굿즈를 갖기 위해 책을 사고, 맘에 드는 다이어리가 출시될 때마다 꼬박꼬박 구매한다. 며칠 전 스타벅스에서 제공했던 리유저블 컵 역시도 비슷했다. 음료를 구매하면 다회용 컵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몇 시쯤 가야 컵을 쉽게 받을지를 생각하는 내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번 이벤트의 취지는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해 환경오염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벤트에는 플라스틱 컵이 사용됐고, 그 주문량은 평소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친환경이라는 명분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꼴이었다. 물론 그런 명목뿐인 취지를 알았지만 갖고 싶은 마음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환경을 위해’, ‘내 작은 행복을 위해’라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예쁘기만 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있을까. 당장 우리 집에도 한 번도 쓰지 않은 텀블러만 다섯 개, 모아놓은 에코백은 열 개가 넘는다. 미국 수명주기 에너지 분석연구소에 따르면 텀블러는 최소 15번에서 40번 이상을, 영국 환경청의 조사에 따르면 에코백은 131번 이상을 사용해야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보다 나은 선택이 된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 텀블러는 소장용이고 카페에서는 어김없이 종이컵을 쓴다. 

  지난 3월, 필리핀 국립대학교에서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깊은 필리핀 해구를 탐사했다. 미지의 탐사에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인류가 발을 들이지 않은 수심 1만 미터에는 이미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심해에는 산소가 부족해 이 쓰레기들이 분해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부서진 후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결국 우리를 향한 공격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닷속에 만들어진 쓰레기 더미에는 아마 내가 사 모은 예쁜 물건들도 섞여 있을지 모른다. 소장욕을 부르는 굿즈들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예쁘다고 집어든다. 환경보호를 의식하고 있지만 내 작은 행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잠깐 쓰다 처박아 둘 줄 알면서도 다가올 겨울에 또다시 다이어리를 탐낼 것이라는 게 씁쓸하다.

 

이승빈 사회부장 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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