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보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내 맘을 적셨다. 가끔 삶을 살다 보면 봐야 하지만,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이 나를 감쌀 때가 있다. 어쩌면 저 휴일은 그대를 기다리게 하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대가 돌아오지 않음을 보여주는 절망이 함께 섞인 날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것이 있다. 나의 경우 인생을 살면서 최대로 크게 겪었던 슬럼프가 있었다. 3년을 준비했던 수능, 편입이라는 목표로 2년 즉, 모든 5년의 희망과 그 후의 계획까지 결과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절망으로 그리고 단순한 상상으로 변화되는 것을 오롯이 느낀 그 날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고 그 무엇보다 내 몸은 텅 빈 병 같았다. 계획도 다 무산돼버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신뢰의 성이 무너져버렸으며 그냥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상태였다. 아무런 액체도 기체도 고체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 있지도 않은 빈 병 신세가 되어버린 채 마카로 칠하고 스티커를 붙여도 바람 한번 세게 불면 날아가 버리는 상황에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 속 화자에게도 ‘저 휴일’은 누군가를 기다리게 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상상과는 다른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때로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애써 무시했지만, 화자는 이를 점점 현실로 받아들인다. 시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반년이나 지난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을 봐서는 아직도 그 상처와 절망이 치유되지 못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어떤 사람이 그랬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부피가 줄어드는 거라고. 하지만, 그 상처가 계속 반복될 때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김보영(글로벌대 디지털경영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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