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1935호는 1면부터 어렵다. ‘중립성 위반’ ‘사전 모의’.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단어가 위엄있게 지면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제목은 글의 얼굴이다. 제목만 봐도 이 기사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1면의 ‘정외1반 대자보 부착’ 기사는 제목부터 위압감이 느껴진다. ‘내가 이 기사를 읽을 수 있을까?’

  일주일간 정경대 후문에 대자보를 붙였다는 사실이 전달해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애매하다. 대자보가 붙었다는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이 발생한 핵심을 말했어야 한다. 예컨대 ‘정외1반 학생 간에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됐다’ 이런 식으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문장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기사 전반에 ‘연대’, ‘연서’, ‘소집 전 사전 모의’ 등등이 만연한데 중학생이 이 글을 읽고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리드와 주제는 기사의 골자인데 이것부터 깔끔하지 않으니 글 전반이 ‘나만 아는 얘기’처럼 보인다. 아마도 기사를 쓴 기자는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안다고 해서, 내가 내 글을 읽고 다 알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쓰는 글만큼 나한테 쉬운 글은 없다. 하지만 기사는 내가 아닌 공공을 위해 쓰는 것. 절대다수가 읽었을 때 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일본의 공영방송사 NHK는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는 어휘로 보도를 한다. 경제·금융 분야는 부득불 어려운 단어가 섞이기도 하나, 방향과 철학의 문제다. 공영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언론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기본적 정체성을 유념하면 ‘정외1반’ 기사가 좀 더 쉽고 대중적으로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호는 이외에도 재밌는 기사가 많았다. ‘애기능 가을축제’나 ‘네거티브 유산’, 다양한 축제 스케치 등 학생들의 흥미를 끌 기사가 다양했다. 신문 지면의 구성에는 대체로 틀이 있지만, 고대신문은 학보라는 점에서 특수하다. 전통 신문의 틀에 맞춰 지면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 전반적으로 해당 호에 어떤 기사들이 실릴 것인지, 독자인 학생들은 어떤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인지, 또 고대인으로서 어떤 이슈가 가장 중요할지 등을 고려하면 지면 구성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경림(연합인포맥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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