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아닌 ‘행복’을 좇아

“나를 바꾸는 도전이 중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변화 필요

 

장은하(경영학과 06학번) 교우는 2008년 대학생 최초로 패션잡지를 창간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현재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장은하 교우는 2008년 대학생 최초로 패션 잡지 르데뷰(LEDEBUT)를 창간해 본지와 만났다.(2008년 9월 8일자 고대신문) ‘사회적 성공’이라는 하나의 길을 쫓는 대학생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출할 창구가 없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된 잡지였다. ‘패션’은 대학생들의 개성을 표출하기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했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르데뷰’의 발행인을 맡아 대학생들의 소중한 표현의 장을 이어가는 중이며 비영리 단체 ‘멘탈 헬스코리아’를 설립해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장은하 교우는 여전히 '르데뷰' 발행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장은하 교우에게 20대는 삶의 소명을 찾는 과정이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며 소위 ‘안정적인 코스’를 밟았지만, ‘과연 이 길이 맞나?’라는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행복을 찾아갈 용기는 없었다. “29살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늦은 나이라 생각했어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고, 건강검진에서 신체나이 50대 판정을 받았다.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강연이었다. 장은하 교우는 “내일의 나를 위해 매일매일 최선을 다한다”는 강수진 씨에게서 힘을 얻었다. 우선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다잡고자 한 시간의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체육관을 찾으며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몸이 건강해지고, 의욕과 열정을 되찾자, 도전에 대한 용기가 생겼다. ‘정말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대기업에서 일한 지 5년 만이었다.

  장은하 교우의 목표는 ‘정신건강 생태계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었다. 정신질환을 겪고 회복했던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목표였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해결하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카이스트 MBA를 거쳐 사회사업을 공부했고, 마음 맞는 동문과 함께 ‘멘탈헬스코리아’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이 건강하게 아픔을 이겨내도록 돕기 시작했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아픔의 경험 전문가’가 돼요. 수백 명의 정신과 의사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와 아픔의 경험을 주제로 강연을 하죠. 평생 숨길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아픔을 ‘강점’으로 내세워요.” 장은하 교우는 스스로 문제아라 낙인을 찍었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주던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숨기만 하던 아이들이 의사를 가르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한 학생들이라 표현력이 정말 뛰어났다”며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장은하 교우는 정신질환과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획한 대로 다 이뤄지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10년 후에도 마음이 아픈 사람과 함께 울고 웃으며 더 지혜롭게 회복을 돕는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은하 교우는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에게 한 가지 ‘두잉(doing)’을 꾸준히 해보라고 조언했다.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면, 단 한 가지를 꾸준히 성취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크게 나아진다는 것이다. “저는 운동으로 우울을 극복한 경험이 있어서 우울함이 또 한 번 찾아오더라도 두렵지 않아요. 언제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우선 한 번 걸어보세요. 오늘은 5분, 내일은 10분. 언젠가는 뛰고 있을 거예요.”

 

글 | 엄선영 기자 select@

사진 | 고대신문

사진제공 | 장은하 교우·르데뷰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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