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이라는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첫 문장부터 꽃게가 등장해 정말 황당한 이 시. 하상욱 시인의 시집 ‘시밤’과 같이 웃음을 주는 시인가 싶어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처음 이 시를 읽고는 바로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간장이 스며들어 간장게장이 되는 꽃게들의 시선에서 쓴 시. 간장게장의 등딱지를 열면 쏟아질 듯이 가득 찬 붉은 알에 밥을 비벼 먹는 상상보다 더 맛있는 상상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간장게장을 만들 게를 살 때면 알이 많은 암게를 고르곤 했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더는 그 알들을 단순히 맛있게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자신 또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아닌 자기의 알들을 보호하고 안심시키고자 했던 게의 모성애. 간장으로부터 알들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웅크리고, 버둥거리다 포기하고 이를 받아들였을 때의 게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의 두려움을 뒤로한 채 알들의 마지막 순간을 두려움이 아닌 어머니의 포근함으로 채워주려고 게는 말한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이 말 없이 게 또한 당황하여 발버둥쳤다면 알들은 마지막 순간을 공포의 순간으로 보냈을 것이다. 게의 이 두 마디는 알들의 마지막 순간을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나쁜 순간이 아닐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흔히 음식으로 생각하는 ‘게’라는 작은 생명체를 통해 사람의 모성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 시인의 상상력에 존경을 표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시를 읽고 우리의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작은 생명체도 자신의 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의 부모님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더 큰 희생과 노력을 하셨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생각해주시는 부모님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이 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 부모님을 잠시 잊고 살아갈 수도 있지만, 이 시를 읽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채연(공정대 정부행정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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