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4주년을 맞아 기획한 특집의 키워드는 ‘진단’이다.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위로 삼아 모른 척할 수 없는 고대신문의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 독자들과 전문가들을 붙잡고 ‘고대신문을 안 보는 이유’를 물었다. 80년대, 90년대, 00년대, 10년대의 편집국장에게 고대신문이 나갈 방향을 물었다.

  결과는 처참하다. 고대신문은 “읽을거리가 없다”, “고대신문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평가가 만연하다. 넘치는 미디어의 향연과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언론의 역할에 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한 탓에 독자에겐 고대신문을 읽어야 할 이유보다 읽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더 많다.

  고대신문이나 대학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문보다 유연하고 빠르고 재밌는 미디어가 평생 읽어도 고갈되지 않을 만큼 만들어지고 있다. 언론학계에서도 이미 뉴스는 '수용자 파업 상태'라 진단한다. 신문의 희소성을 보장해주던 시대의 모습을 흉내 내며 버티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고고한 기자 행세를 하며 50년 전 신문을 만든다고 읽어줄 독자는 이제 없다. ‘파업 상태’의 독자를 다시 뉴스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최선의 뉴스를 써낸다고 자부하되, 그 노력이 편집국 안에서만이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과거는 자부심을 줄 뿐 우리는 이 순간의 시대를 증언하기 위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과거를 ‘질투’한다고 말했을 때, 신문의 황금기인 80년대, 90년대에도 그 관념이 화두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동경하며 현재를 아쉬워하는 마음은 고대신문의 74년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마음인 듯하다. 그러한 현재들이 모여 미래가 질투하는 과거가 된다. 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계보가 이어지는 이유는 74년의 역사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당면한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을 갖추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고대신문 안팎의 사람들에게 뼈아픈 진단을 받았으니, 이제 맞는 방향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살아남아, 오늘에 어울리는, 오늘이 필요로 하는 고대신문이 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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