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아팠다. 어쩌다 염증이 났는지 물어봐도 할 말은 없다. 선천적인 거다. 붓지 않은 한쪽 귀에만 에어팟을 낄 수 있다. 이걸로 5호선의 소음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힙합을 듣는 건지 흘리는 건지 모르게, 어지러운 통학 시간을 보냈다. 항생제를 먹어도 가라앉지 않는 통증과 부기에 여러 수술 후기를 찾아봤고, 무서웠다. 당장이라도 내일 병원에 가면 내 귀가 찢길 것 같았다.

  근 한 달 동안 약을 먹고 부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며칠을 제대로 못 잔 채 겨우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왔다. 아래층에선 공사를 한다. 애써 잠자리에 들려 하지만, 계속해서 소리가 나를 괴롭힌다. 카톡, 카톡, 카톡. 알림 소리 역시 몽롱해지려는 의식을 방해한다. 겨우 잠자리에 들고도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에 한 번 더 깼다. 세상엔 소음이 참으로 많다. 그래서일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유행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외부의 소음이 상쇄되도록 파장을 만들어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철이나 에어컨같이 규칙적인 소음을 잘 차단한다. 사람의 말소리같이 예고에 없는 불규칙한 소음은 상쇄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선 그 차단 지연의 간극을 줄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노이즈 캔슬링’은 말 그대로 소음을 차단한다는 뜻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눈을 뜨면 이세계에 온 기분이다. 마땅히 들릴 법한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만화 속 세상에 떨어진 것 같다. 그런데, 소음을 차단하고 사는 게 맞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나에게 “걸어 다닐 땐 위험하니 이어폰을 끼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물론 세상의 모든 말을 다 듣고 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바깥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과, 한 귀로 듣기도 전에 두 귀를 막아버리는 건 다른 문제다. 소리의 단절은 곧 세상이 보내는 신호와의 단절이다. 외부의 자극을 모두 회피하고 살아갈 순 없다.

  이, 목, 구, 비. 귀는 얼굴 중에서도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내 귀는 가라앉는 듯하더니 여전히 부어있다. 귀가 아파도 계속 세상의 소리를 듣고 싶다. 또 약을 타러 가는 중에도 세상의 신호를 듣는다.

 

이성현 기자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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