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돈 고대신문 동인회장

 

  내 피의 색깔은 진한 빨강(크림슨)이다. 내 혈액형은 K(Korea)형이다. 내 DNA 게놈 구조는 스무 살 이전과 이후로 대별된다. 전기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고, 후기 유전자는 고대신문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후기 유전자가 지금의 내 정체성을 대표하고 있다. 나는 단언한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고대신문이다.

  며칠 전 내 유전자의 우수성을 입증해주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고대가 QS 대학평가에서 2년 연속 국내 1위를 차지했다. 고대신문은 출생부터 원톱이었다. 다른 대학 학보들과의 비교 자체를 불허해 왔다. 74개의 時와 74개의 空이 포개지고 포개져 最古, 最高가 되었다.

  그러나 영광은 時空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사이를 메우는 가열 찬 노역이 필요하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이미 턱밑에 다다라 있다. 고대신문 74년의 역사를 깡그리 지워 버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소용돌이다.

  한국편집기자협회가 실시하는 한국편집상 심사를 수년 째 맡고 있다. 올해는 온라인 부문이 신설됐다. 심사평 앞머리에 나는 이렇게 썼다.

  ‘입대 후 첫 휴가 나온 막내아들 맞듯 버선발로 달려 나갈까 말까. 가을 단풍 맞듯 울긋불긋 가슴으로 안아 줄까 말까. 묘한 심정,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온라인)를 맞는다.’

  오프라인 신문은 고상하고 깔끔하지만 느리고 올드하다. 온라인 매체는 격이 떨어지고 오류투성이지만 빠르고 트렌디하다. 우리는 올드한 옷과 트렌디한 신발을 동시에 걸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온라인이 ‘온’됐다고 오프라인이 바로 ‘오프’되지는 않는다. 피사의 사탑이 꼬부랑 허리로 2천년 세월을 버텨 왔듯, 불휘가 깊은 종이신문은 바람에 쉽게 아니 뮐 것이다.

  수년 전 고대신문 선후배들 식사 자리. 참석자 한 명이 가방에서 고대신문 뭉치를 꺼내더니 “요즘 고대신문이 말이야…”라며 작심한 듯 얘기를 시작했다. 두 마디도 끝나기 전에 그날의 좌장이 제동을 걸었다. “당신이 요즘 트렌드를 알아? 넣어둬”

  세상과 함께 언론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선배가 들려줄 수 있는 건 ‘신문 독무대’ 시절의 무용담뿐이다. 일흔 네 개 역사 이후의 세계는 고대신문 현역 기자들의 것이다. 그들이 펼쳐갈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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